전진영기자
전기차(EV)를 둘러싼 세계적인 시장 경쟁으로 일본에서 난데없는 '뚝배기 대란'이 발생했다. 중국이 EV 리튬 전지 생산을 목적으로 뚝배기 제작의 필수 재료인 페탈라이트 광물을 독점하면서 생산이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희토류 등 광물독점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자주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1일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가정에서 친숙한 도기로 우리나라의 뚝배기와 같은 식기인 '도나베(土鍋)' 생산이 연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도나베의 주요 원료인 페탈라이트 독점에 나서면서 원료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질냄비'로 부르는 일본식 뚝배기 도나베는 1950년대부터 페탈라이트를 흙과 배합해 구워 내열성을 강화해왔다. 특히 미에현의 '욧카이치 반코야키'는 이 페탈라이트를 40~50% 배합한 도나베를 처음 선보여 지금은 거의 국내 시장 80%를 점유하고 있다. 사실상 뚝배기 산업이 지역 경제를 이끄는 셈이다.
이 페탈라이트는 리튬을 함유한 광물로, 내열성이 뛰어나 가열이나 직화에 잘 손상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로인해 뚝배기와 같은 내열성 도기 제품 생산에 많이 사용돼왔다. 그러나 페탈라이트에서 리튬 추출이 가능해져 전기차 배터리 생산 원료로 인기를 끌면서 물량확보가 매우 어려워졌다.
특히 페탈라이트는 일본에서 조달이 불가능해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에서 대부분 수입하는 상황이다. 페탈라이트의 수요는 사실 일본에서는 도자기 산업 이외에는 적은 편이라 가격 변동도 없는 편이었다. 이에 사가현 등 일본 내 도자기 명산지는 대부분 원료를 짐바브웨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짐바브웨의 페탈라이트 광산을 인수하면서 물량확보가 매우 어려워졌다. 짐바브웨 광산들은 "향후 중국 전용 페탈라이트밖에 출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본 측에 통보했다. 미에현 욧카이치시의 구마모토 테쓰야 도자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재 국내 외에 있는 재고를 긁어모아도 연내의 생산이 고작"이라고 전했다.
페탈라이트는 그간 리튬 관련 산업에서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같은 여파는 더욱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페탈라이트의 리튬 함유량은 4% 정도로 리튬 추출을 위해서는 이보다 함량이 높은 스포듀민(6%)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마이니치는 사업 관계자를 인용해 "함유량의 차이가 크다. 페탈라이트는 채산성에 있어 쳐다보지도 않았던 광석"이라며 "과거에는 광산 측에서 어차피 남는데 도자기 말고 다른데 더 쓸 데가 없냐고 물어보던 광물"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리튬 전지가 될 수 있는 자원의 가격이 모두 치솟으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이에 도나베 산지에서는 대체 기술 연구를 서두르는 중이다. 페탈라이트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연료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미에현 공업 연구소의 도자기 연구실은 10여년 전부터 대체 원료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는 성과가 있었지만 대체 원료를 찾지는 못한 실정이다. 연구소 측에서는 "페탈라이트는 완전히 도나베를 위한 재료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다만 중국의 경기 위축 분위기 속에 점차 짐바브웨 광산이 일본과 협상을 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에 일본도자기공업협동조합은 경제산업성 등에 정보 수집과 지원을 요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