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인력 충원하라' 신당역 스토킹 살인 1주기 촛불 추모

추모문화제 100여명 운집
"안전한 일터 만들겠다더니 인력 감축"
"젠더폭력 대응체계 마련하라" 촉구

신당역에서 직장 동료 여성을 스토킹하고 살해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인 14일 서울교통공사노조와 공공운수노조가 서울 지하철 2·6호선 신당역 앞에서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두 노조는 이날 오후 7시 열린 추모제에서 여성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100여명이 참가자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국회 등이 앞다퉈 여성 노동자 안전을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변한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신당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신당역 살인사건 1주기 추모 문화제[사진출처=연합뉴스]

참가자 100여명은 "노동자 안전 위협하는 젠더폭력 대응체계 마련하라", "나 홀로 근무 여전하다 비상벨 말고 안전인력 충원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국가도 회사도 막지 못한 죽음 우리가 기억하고 분노한다'고 적힌 팻말도 들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명순필 위원장은 "신당역 참사는 노동자가 일터에서 사망한 산업재해였고 여성 노동자가 성폭력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라며 "당시 서울시와 공사, 국회는 대책을 서로 내놨지만 돌이켜보면 다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전한 지하철,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그들이 인력을 감축하고 대책은 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김영애 부위원장은 "노동자가 안전한 세상, 더는 죽지 않는 세상, 이것은 여성과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한국 사회 모든 국민의 바람이고 노동자의 바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이날 오전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국회에서 연 '여성을 살리는 일터' 토론회에서도 사건 이후 법과 제도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직장 내 성폭력 제보 595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신고한 190건 가운데 103건(54.2%)은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신고 이후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불이익을 경험한 사례는 111건(58.4%)이었다.

지난 11일 발표된 '신당역 참사 1주기 역무현장 안전 진단 설문조사'에서 역무원 10명 중 7명(72.13%)이 역에서 안전을 충분히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고 답한 바 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지난해 9월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전주환(32)은 지난해 9월14일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전주환은 앞서 피해자에게 불법 촬영물을 전송하며 협박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9년이 구형되자 앙심을 품고 선고 전날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주환은 1심에서 보복살인 등 혐의로 징역 40년, 스토킹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2심은 지난 7월11일 두 사건을 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전주환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슈2팀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