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필기자
e커머스 업계는 각자만의 색깔을 찾기 위한 실험이 한창이다. 쿠팡의 독주 체제가 굳어진 뒤 소비자들이 왜 자신들을 찾아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그 답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e커머스 업체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녹일 차별화 전략을 구축 중이다. 쿠팡이 자정 전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물건을 배송해주는 '로켓배송'을 경쟁력으로 대세가 됐다면, 자신들은 어디에 가치를 둬야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이미 e커머스 업체 대부분은 쿠팡의 대명사로 꼽히는 로켓배송, 멤버십 제도(와우멤버십)와 유사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쿠팡이 출혈 투자를 해가며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와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위를 선점한 해당 서비스 영역에서 더 이상의 성장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업계에선 그나마 쿠팡과 견줄 '완성형' 차별화 전략을 갖춘 업체로 네이버를 꼽는다. 네이버는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결제금액의 최대 5% 적립해주는 차별화 전략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다. 멤버십 회원 수도 지난해 기준 쿠팡(1100만명)에 이어 2번째로 많은 800만명을 보유 중이다. 그러나 매출 규모 면에서는 차이가 크다. 올해 2분기 기준 쿠팡 매출액은 7조6749억원에 달했으나, 네이버는 커머스 분야 매출이 6329억원에 그쳤다. 최근 네이버가 멤버십 전용관을 신설하고, 특가런과 최저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도 결국 이런 격차가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쿠팡이 배송, 네이버가 포인트로 시장에서의 이미지를 굳혔다면, 11번가는 '독자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1번가는 독자적인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에게 일정 판매액까지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오리지널 셀러 프로그램'을 지난달부터 운영 중이다. 여기서 오리지널 셀러란 자체 제작한 상품을 보유하거나 자체 브랜드를 보유한 판매자 등을 말한다.
G마켓은 IT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0여 명의 개발자를 채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홈 전면에 AI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 서비스를 탑재한 것은 이 같은 행보의 결과물로 꼽힌다. G마켓은 해당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소비자가 최근 구입하거나 구경한 상품 등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개별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모바일 홈이 구성됐기 때문에 노출되는 화면이 다 다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세계 온라인몰 SSG닷컴은 그룹 관계사와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 G마켓 등과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한편, 6월 선보인 그룹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회원 확보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컬리는 상품 큐레이션을 차별화 전략으로 꺼내 들었다. 실제 마켓컬리에서 판매 중인 상품 수는 약 3만~4만개로 쿠팡의 20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 관계자는 "선별 기준이 업계 최난이도를 자랑할 만큼 까다롭다"며 "컬리는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평균 이상의 만족도를 느낄 수 있는 상품만 고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