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기자
모바일 칩 시장을 대표하는 퀄컴이 주가 하락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황 악화에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던 주가는 중국의 '아이폰 금지령'이 터지면서 낙폭을 확대해 지난해 말 수준까지 추락했다. 세계 반도체 패권을 거머쥐려는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퀄컴의 주가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 나스닥 증시에 상장된 퀄컴 주가는 7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7.22% 급락한 106.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정부의 애플 아이폰 사용 금지령 소식이 전해진 것이 이날 주가에 직격탄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최근 중앙부처·기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을 비롯해 미국과 해외 브랜드 기기를 사무실에 가져가거나 업무에 사용하지 않도록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퀄컴 주가는 지난해 1월 고점(188.69달러) 대비 44% 급락한 상태다. 실적 악화와 중국발 악재에 등락을 거듭하던 주가는 올 들어 4%(8일 종가 기준) 가까이 떨어졌다. 최근 한 달 반 새 주가 하락폭은 20%에 달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악재로 퀄컴은 최근 한 달 새 최악의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수출통제를 뚫고 7나노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공개하면서, 미국의 대중 규제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아이폰의 최대 공급업체 중 하나인 퀄컴은 전체 매출의 3분의 2가량을 중국(홍콩 포함)에서 올리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부진에 중국 악재가 더해지면서 실적도 악화일로다. 퀄컴은 올 2분기(자체 회계연도 2023년 3분기) 순이익이 18억300만달러(약 2조3400억원)로, 전년 동기(37억3000만달러) 대비 52% 급감했다. 주당순이익은 1.60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4억51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109억3600만달러) 대비 23% 줄었다. 주당순이익과 매출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는 주당순이익 1.81달러, 매출 85억1000만달러였다.
퀄컴은 스마트폰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초과 공급을 소진하는데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3분기 매출과 이익도 월가 추정치에 미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퀄컴의 3분기 매출 목표치는 81억~89억달러로, 목표치 중간(85억달러)은 시장 예상치(87억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퀄컴은 업황 악화에 대응해 최근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추가 비용 절감을 계획하고 있고, 그것은 대부분 인력 감축을 통해 달성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