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화기자
반도체 인력난이 현실화하면서 업계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미래 반도체 인재를 만나기 위해 임원이 직접 학교를 찾는가 하면, 해외에선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현지 인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글로벌 인력난으로 미국에 이어 독일에서도 공장 가동이 늦어지며 사업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5일 오후 서울대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상대로 반도체 강연에 나선다. 지난 5월과 6월에 반도체 계약학과가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대학교를 방문해 강연한 데 이어 이번엔 모교이자 반도체 특성화대학인 서울대학교를 찾는다. 지난번과 같이 이번 강연에서도 반도체 산업 현황과 삼성전자 사업 비전 등을 소개하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이 발품을 팔며 학생들을 만나는 배경에는 업계 인력난이 있다. 반도체 중요도가 높아지며 관련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인력 수급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21년 17만9000명이던 국내 반도체 인력 규모가 2031년 30만4000명으로 늘 수 있다고 봤다. 그때쯤 부족 인력이 3만~5만여명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대만,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이 모두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 하면서 인력난도 심해지고 있다.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통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 미국이 주요 사례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7월 보고서를 통해 2030년이 되면 현지에서 6만7000개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TSMC는 이로 인해 글로벌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에선 인력 부족으로 2024년 예정하던 애리조나 공장 가동을 1년 미뤘다. 35억유로를 들여 세우려 하는 독일 드레스덴 공장 역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TSMC 독일 진출이 현지 반도체 인력난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인력난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투자에 힘쓰고 있다. 미국에선 반도체 사업 거점인 텍사스주 지역 인재 확보를 위해 텍사스대학교에 370만달러를 투자한다. 텍사스대 오스틴 코크렐(UT) 공과대학에 기부금을 내고 장학금 등을 지원하는 식이다. 구본영 삼성전자 오스틴 법인장은 "숙련된 대규모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자사 계약학과인 고려대학교 반도체공학과 지원에 나섰다. 내년부터 학과 학생들이 2학년이 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중 하나인 UC 데이비스(Davis)에서 일정 기간 전공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고려대, UC Davis와 학생 교류뿐 아니라 반도체 연구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높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