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전세계적으로 출판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일본에서 활로 모색을 위한 이색 협업을 진행하는 곳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출판업계와 완전히 다른 업종, 지역 커뮤니티와의 협업이 늘고 있고, 일부 출판사들은 힘을 모아 인공지능(AI)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는 최근 일본 출판업계에 다양한 업종과 협업을 추진하는 '컬래버 서점' 이 늘고 있다며 이색 협업 사례를 전했다. 서점 브랜드 츠타야의 미야자키현 지점에서는 4년 전부터 인근 농업고등학교와 협업을 맺고 서점 공간 중 일부를 학생들이 기른 꽃, 야채, 가공한 유제품 등을 판매하는 마켓으로 쓸 수 있도록 내주고 있다. 지난달 진행한 유제품 판매회에서도 순식간에 준비한 치즈 150여개, 요구르트 200여개가 매진될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츠타야 산하 사업을 맡는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에 따르면 서점이 없는 지자체가 미야자키현에서는 35%, 구마모토현에서는 44%로로 사실상 서점은 '도서 판매'라는 그 자체의 목적만으로 존재하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으로 일단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집객능력이 중요해졌다. 시오하라 레이키 CCC 사장은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구할 수 있는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에 있다"고 니케이에 전했다.
츠타야의 경우 학교, 상공회의소, 관광협회 등에 많은 협업 의뢰를 넣었고 이에 현재는 음악 발표회나 그림 체험 강좌를 서점에서 여는 등 수많은 이색 협업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행사를 개최하는 날 실제로 도서 매출은 평균 10% 상승하는 등 실제 효과도 뒤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서점의 공간을 빌려주는 서점 공간대여 사업을 실시하는 곳도 생겼다. 유통기업 토한은 지난해 10월부터 서점의 자투리 공간 대여를 중개하는 '북마크스페이스' 사업을 시작했다. 대여를 원하는 업체는 북마크스페이스 홈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조건을 검색해 신청하면 되는데, 이중 30%를 중개기업인 토한이, 70%를 서점이 가져가는 협업 시스템이다.
이밖에 편의점과 매장을 합치는 이색 협업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출판판매는 최근 편의점 로손과 손을 잡고 서점 겸용 편의점을 오픈했다. 매장의 30%를 서점으로 만들어 약 6000여권의 책과 잡지를 취급하는 중이다. 일본출판판매 관계자는 "신사업에 도전하는 리스크보다, 아무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가 손님이 끊겨 서점이 없어지는 리스크가 더 크다"고 전했다. 목이 좋은 편의점에 같이 서점을 들일 수 있기 때문에, 서적과 잡지의 평균 매출이 일반 서점 대비 20배에 달하는 곳도 있을 정도로 실적이 좋다.
인공지능(AI) 출현에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일부 출판사들의 경우에는 공동 AI 개발에 나서는 역발상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출판업계에 필요한 AI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매출 견인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고단샤, 슈에이샤, 쇼가쿠칸 등 일본 대형 출판사들은 지난해 3월 공동설립한 '펍텍스'를 통해 AI 개발에 뛰어들었다. 해당 AI는 출판사 고객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수요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이들 출판사들은 서점별로 고객층에 따른 수요를 AI로 미리 예측해 반품 비율을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