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일日문화] 여름에 쓰는 안부편지…'쇼츄미마이' 이야기

더운 여름 고마운 사람에게 편지·선물 전하는 문화
에도시대에 시작, 선물서 편지로 간소화…답례는 예의

어느덧 9월입니다. 여전히 날씨는 덥지만 그래도 여름이 끝나간다는 기분이 드는데요.

유난히 덥고 비가 많이 왔던 올해 여름 무탈히 잘 지냈는지, 문득 별일은 없는지 궁금한 지인들이 떠오릅니다.

일본에서는 여름에 안부 편지를 보내는 문화가 있는데요. 신년 연하장만큼은 아니어도 '챙기는 사람은 챙긴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에서 여름에 쓰는 안부 편지,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를 소개해드립니다.

쇼츄미마이는 '더운 여름 문안 인사를 한다'는 뜻의 단어입니다. 일본의 더위와 장마는 우리나라보다 일찍 시작하고, 더 오래 가는데요. 폭염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거나 신세를 진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마음을 전하는 여름 인사를 건네는 것이죠.

이 문화는 17~19세기 에도 시대부터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중국의 절기인 '백중'에 추석을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직접 제물 등을 가져가 조상에게 올린 문화에서 비롯된 거라고 해요.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와 에도 시대에 주변인들에게 선물을 주는 문화로 바뀌었고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우편제도가 발달하면서 이 문화가 간소화돼 안부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정착됐다고 합니다.

라쿠텐에서 판매하는 여름 엽서 하가키. (사진출처=라쿠텐)

더운 여름 인사인 만큼 주로 보내는 시기도 있습니다. 보통 이 편지는 입추 전에 상대방에게 도착해야 한다고 합니다. 입추 이후 9월이 넘어가서 보내는 편지는 '늦더위 문안'이라고 부르는 '잔쇼미마이(?暑見舞い)'가 된다고 하네요. 이 시기 서점이나 문구류를 파는 잡화점에서는 안부 인사를 전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가키(ハガキ)'라고 부르는 여름 풍경을 그린 예쁜 엽서들을 판매합니다.

그럼 보통 어떤 말을 적어 보내는지, 일본 우정국에 나온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해마다 더위가 심해지네요. 올해도 전국 최고 기온 기록이 경신됐는데, 어떻게 견디고 계시는가요? 날씨는 이렇지만 신경 써주신 덕분에 저희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혹서기에 더위 먹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길 기원합니다."가 모범답안이라고 하네요.

날씨에 대한 인사말이 먼저 나오고, 뒤에 자신의 근황, 그리고 상대에 대한 감사, 마무리 짓는 말을 써주는 것이 기본 구성이라고 합니다.

일본우정국에서 소개하는 쇼츄미마이 예시.(사진출처=일본우정국)

안부 편지 외에도 정말 감사한 분에게는 과자나 과일 등 선물을 보내기도 하는데요. 이는 백중에 보내는 선물이라는 뜻의 '오츄겐(お中元)' 이라고 부릅니다. 과자나 젤리, 소면부터 시작해 조미료, 과일 등을 다양하게 선물하는데요. 이 시기에는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도 오츄겐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획전이 열리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안부 편지나 선물을 받으면 반드시 답장이나 답례를 하는 것이 예의라고 하네요.

오늘은 이처럼 일본의 여름 안부 인사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혹시 더위에 지쳐서, 일상에 쫓겨서 연락을 놓친 사람이 있지 않나요? 간만에 반가운 안부 인사를 전해봐도 좋겠습니다.

국제2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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