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세계문학 오디세이아

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수 세기 동안 변함없이 사랑받아온 세계 문학 고전을 한데 모아 깊은 사유의 장을 펼친다. 저자는 현대인이 사랑하는 여러 작품을 ‘사랑’, ‘근대’, ‘구원’ 등 16개 주제로 다시 읽어내며, 새로운 시각을 덧입혀 독자에게 내놓는다. 가령,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처럼 생명이 유전자의 운반책일 뿐이라면,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1947년)가 다룬 것은 인간의 비극일까? 아니면 인간 유전자의 위기일까? 또한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의 ‘비극’과 '위대한 개츠비', '경멸' 의 ‘비극’이 서로 다른 것은 근대 시기 신분의 한계가 사라지고 오직 ‘사랑’만이 남았기 때문일까라고 물음을 던지는 식이다.

“완연한 중년에 접어든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주연해 2018년 4월 개봉한 영화 〈렛 더 선샤인 인(Let the Sunshine In)〉은 사랑 영화다. 비노슈가 연기한 영화 속 매력적인 중년 여인 이자벨은 늘 사랑을 갈구하지만 언제나 사랑에 도달하지 못하는, 즉 평범한 기적을 체험하지 못한 채 자신의 강가 언덕을 홀로 지키는 쓸쓸한 여인이다. 이 영화는 누군가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영화가 아니라, 누군가가 사랑하는 영화다. 기어이 사랑하고야 말겠다며 사랑 타령을 달고 사는 비노슈는, 사는 게 힘들어서 혹은 너무 외로워서 또는 다른 이유로, 헐값에라도 자신을 사랑에 팔아넘기고야 말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좌충우돌한다.” - 1장 사랑, 그 공허한 충만과 아름다운 결핍에 대하여 中

“『소송』 주인공 요제프 K는 “아무 잘못한 일도 없는데” 어느 날 아침 체포된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체포돼 1년 만에 “개같이” 죽음을 맞는 것으로 카프카는 요제프 K의 세계를 설정한다. 모두(冒頭) 인용문에서 강조했듯 카프카는 기독교와 유대교 세계에서 벗어나 있거나, 벗어나 있으려고 한다. 한 마디로 신이 없거나 없다고 믿는 세계다. 『소송』 요제프 K의 세계도 같다. 기독교가 말하는 신이 없는 세계는 원죄가 없는 세계다. 근대가 신의 질서를 완전히 폐기했는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서구에서 근대는 신적 질서의 극복을 도모함으로써 성립했다. 근대가 신의 극복 혹은 신의 극복의 도모 없이 존립할 수 없었듯이 근대 이전 서구 세계는 신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 - 4장 신 없는 신성을 탐색한 카프카의 고독과 구원 中

“‘평온문학’에서 (주체가) 버텨내는 대상은 야만과 폭력, 착취와 억압 같은 ‘비(非)문명’이다. 비문명은 문학에서 통상 구조화한 형태로 묘사되며 견뎌내는 주체는, 만일 주체라는 것이 파악될 수 있다면, 그것은 일반적으로 개체로 설정된다. 도식화한다면, ‘평온문학’에서 (나아가 세상에서?) 구조화한 야만을 버텨내는 틀은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구조 대 구조의 싸움을 상정할 수 있고, 다음으로 구조 대 비구조(혹은 개체)를 떠올릴 수 있다.” - 5장 어떻게 자기인식과 자기존엄에 도달할 것인가 中

세계문학 오디세이아 | 안치용 지음 | 르몽드 코리아 | 388쪽 | 2만5000원

문화스포츠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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