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애기자
"테마주 투자 광풍이 불고 있는데 증권사들이 신용융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어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어날 수 있으니 적극 관리해 달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증권사들을 향해 신용융자 확대를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관치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지만 금감원장이 직접 경고음을 울린 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물론 증시 전체의 안정성 우려 때문이다. 가뜩이나 변동성이 큰 요즘 주가가 흔들려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면 투자 주체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차전지에 이어 초전도체 등을 중심으로 부화뇌동식 '급등주 따라가기' 투자가 횡행하면서 신용융자 잔액이 20조원을 넘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차전지 광풍이 빚투 자금을 빨아들였다고 보고 있다. 이 원장 역시 이차전지 매수세에는 증권사들의 신용대출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봤다. 신용융자 잔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이차전지 관련주다.
이상과열 징후를 파악한 일부 증권사들이 발 빠르게 나서긴 했다. 삼성·한국투자·신한투자증권 등은 '에코프로 3형제(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에 대해 신용대출을 제한했다. 그러나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중 나머지 7곳은 에코프로 3형제의 신용대출을 제한하지 않았다(대신증권·NH투자증권 등이 증거금률을 상향해 '빚투 문턱'을 조금 높이기는 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에코프로 등에 대한 리포트 발간을 포기할 정도로 이들 종목의 주가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주 쏠림현상 탓에 주가 변동성도 커졌다. 그런데도 여느 때처럼 신용을 제공하는 건 투자자 보호는 나 몰라라한 것과 다름없다. 신용융자로 이자장사를 하겠다는 심산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국내 증권사 29곳의 올해 1분기 신용융자 이자수익은 총 3581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보다 79억원(2.25%) 늘었다. 지난해 벌어들인 총 이자 수익은 1조5969억원에 이르렀다.
여윳돈으로 투자하든, 빚을 내서 투자하든 개인의 자유다. 투자자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제공한다는 증권사의 항변도 틀리지 않다. 증권사도 엄연한 기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익을 내야 존립 이유가 있다.
다만 빚투에 따른 후유증이 우려되는 시기에 증권사들이 빚투를 부추기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증시의 한 주체로 투자자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투자자 보호는 뒷전이고 이자 수익만 좇는 증권사를 반길 고객이 어디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