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 광풍에 거래대금·회전율 최고치…당국 테마주 과열 경고

테마주 단타 매매로 거래대금 2년 만에 27조원
국내 증시 회전율도 올해 최고치로 치솟아

이차전지에 초전도체까지 테마주 투자 광풍이 불면서 거래대금과 회전율이 올해 최고치로 치솟았다. 회전율이 높다는 건 손바뀜이 자주 일어났다는 의미다. 단타 거래가 늘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 탓에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감독당국도 과열 양상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차전지·초전도체 투자 광풍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와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27조430억원으로, 전달인 6월(19조1270억원) 대비 40%가량 늘었다. 월간 기준 7월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는 2021년 8월(27조4610억원)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27조원을 넘어섰다. 이차전지 투자 광풍이 불어서다. 특히 코스닥 시장이 들썩였다. 지난달 26일 코스닥 거래대금은 26조481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이날은 에코프로 주가가 장중 153만9000원까지 치솟았다가 고점 대비 20%가량 급락한 122만8000원으로 장을 마감한 날이다.

이차전지주 관련 거래대금도 급격히 불어났다. 7월 포스코(POSCO)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 합산 금액(2조6539억원)은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14조1900억원)의 18%를 차지했다. 에코프로(1조5599억원)와 에코프로비엠(1조2991억원)의 거래대금 합산 금액은 코스닥 하루 평균 거래대금(14조1900억원)의 20%에 이르렀다.

특히 매매는 단타 성향이 짙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26일 전체 증시의 회전율(시가총액 기준)이 2.52%를 기록하며 2021년 1월11일(2.5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최대치다. 올해 들어 평균적으로 1% 미만에 머물렀던 회전율이 4월 들어서는 대부분 2%가 넘었다. 회전율은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 간 거래가 자주 일어났다는 의미다.

이에 지난달 국내 증시의 회전율은 22.7%에 달했다. 2021년 4월(23.62%) 이후 2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전율은 지난해 증시 불황 영향으로 10%대로 떨어졌지만,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올해 다시 20%대로 올라섰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회전율이 더 높았다. 그만큼 단타 거래가 집중됐다는 의미다. 7월 코스피 회전율은 14.46%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은 61.8%까지 치솟으면서 전월(45.31%) 대비 크게 높아졌다.

이 같은 회전율은 개인 투자자가 이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 한 대형 증권사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 27%였던 20대 투자자의 회전율은 7월 62.1%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50대 역시 11%에서 25%로 급증했다. 30대의 경우 27.6%에서 35.7%로 늘었다. 40대와 60대 이상은 각각 21.7%에서 23.7%로, 10.9%에서 16.6%로 소폭 증가했다.

IPO 단타도 폭증…이복현 과열 양상 경고

최근에는 이차전지주에 쏠렸던 거래가 초전도체 관련주에 몰리기도 했다. 8월 들어 7일까지 초전도체 관련주로 묶인 서남(92억원→2693억원), 모비스(10억원→1650억원), 신성델타테크(172억원→1557억원)의 거래대금이 대폭 증가했다.

증시 대기 자금도 풍부하다. 현재 국내 증시의 투자자예탁금은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7일 58조1990억원으로 지난해 7월1일(58조7300억원)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고, 지난 6월 말(51조8000억원)과 비교해도 한달 새 6조원 넘게 늘었다. 8월 들어서도 평균 55조원대를 유지 중이다. 이런 뭉칫돈이 언제든 몰려갈 태세다.

새내기주의 상장 당일 가격 제한폭 변동에 따라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단타거래가 폭증하고 있다. 가격 발견 기능을 제고한다는 취지와 달리 단타 거래가 몰리면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따따블(공모가 대비 400% 상승)'이 가능해진 지난달 26일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종목의 상장 당일 평균 회전율(상장주식 기준)은 610%에 이르렀다. 상장주식 회전율은 유통가능 주식수량 대비 거래량으로, 회전율이 높을수록 손바뀜이 자주 일어난다는 의미다. 특히 회전율이 1500%를 넘는 종목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상장한 채용 및 직무교육 플랫폼 오픈놀의 상장 당일 거래량은 3879만6620주에 달했다. 상장 당일 유통가능 주식수(258만4710주)의 1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증시 변동성 우려가 커지면서 감독당국이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차전지·초전도체주 등 테마주 열기로 허위 풍문이 나도는 것과 관련해 집중 점검과 철저한 대응을 지시했다. 이 원장은 8일 금감원 임원 회의에서 최근 테마주 관련 주식시장의 급등락에 대해 "단기간에 과도한 투자자 쏠림, 레버리지(차입투자) 증가, 단타 위주 매매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 빚투(빚내서 투자)로 테마주 거래가 집중되고 있는 만큼 관련 종목의 신용융자가 확대되는 것도 경고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신용·대출 증거금률 상향, 신용공여 제한 등의 조치를 내놓고 있다.

증권자본시장부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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