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송승섭기자
서울 마포구에 카페를 차린 김석진씨(가명)는 최근 아르바이트생으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아르바이트생이 개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게 됐는데, 회계 신고 때 경영난에 따른 해고로 작성해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김씨는 “부정수급에 가담하게 되는 꼴이라 거절했다”면서도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열심히 하기도 했고, 실업급여를 받게 해줘도 딱히 손해 볼 게 없어서 솔직히 고민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경북 안동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송현석씨(가명)는 넉 달 전부터 휴직 중인 직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허리가 아프다며 구두로 병가를 통보하고 수달 간 직장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병가를 줄 수 없다고 통보하자, 직원은 ‘사업주 권고사직’으로 퇴사처리 해달라고 맞섰다. 송씨는 “애초에 실업급여를 노리고 이렇게 행동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포상 제도를 통해 5년간 300억원이 넘는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적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업급여 혜택이 커지고 고용보험 사업이 확대되자 반대급부로 부정수급을 시도하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신고포상 예산을 확충하고 감사 수준도 강화해 부정수급을 뿌리 뽑겠다는 방침이다.
8일 아시아경제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업급여 부정수급 신고포상제도에 따라 적발한 금액은 총 305억6000만원에 달한다. 2018년 43억원이었던 부정수급 적발금액은 지난해 66억8000만원으로 23억8000만원(55.3%) 늘었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1년에는 실직자가 늘면서 부정수급 적발금액도 94억5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2007년 12월 브로커 개입 실업급여 부정수급 사건 이후 예산을 들여 실업급여 부정수급 신고 포상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제보자에게는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의 20%를 연간 500만원 한도로 지급한다. 만약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의 부정수급을 제보하면 연간 3000만원 한도로 부정수급액의 30%까지 준다. 부정수급 제보자에 대한 비밀보장 조치 등도 이뤄진다.
포상건수와 포상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800여건 정도였던 실업급여 포상건수는 최근 1300~1400건으로 확 늘었다. 포상금액도 2018년(8억7000만원), 2019년(9억1000만원)에서 지난해 13억8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코로나19 시기 지급 규모가 커지자 부정수급 시도가 늘고 유형 역시 다양해졌다. 고용부가 적발한 부정수급 사례에는 실업급여 수급 중 해외에 출국하자 지인에게 대리로 신청을 부탁하거나, 사회복무요원 등 병역의무를 수행하면서 수급기간을 연기하지 않고 실업 인정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실업급여를 받다 취업을 했지만 고용센터에 이 같은 사실을 고의로 누락해 몇 달씩 실업급여를 탄 근로자도 확인됐다.
조직적인 부정수급도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대구에서 한 브로커가 유령회사를 세워 지인 52명을 고용한 다음 고의로 해고해 실업급여를 편취하다 덜미가 잡혔다.
이에 따라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실업급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달 12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고용부와 공청회를 열고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 제도와 지나치게 관대한 실업급여 지급 요건 때문에 단기 취업과 실업급여 수급을 반복하는 왜곡된 관행을 낳고 있다”며 “일하는 사람이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인 실업급여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부정수급을 예방하는 행정조치를 강화하자는 데에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고용부는 증가하는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뿌리 뽑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올해 고용보험사업 부정수급방지 예산은 애초 23억6700만원을 계획했지만 50.7% 늘려 35억6700만원으로 책정했다. 고용부는 “공모형 부정수급이 발생하는 등 그 범위가 확산하고 있다”며 “부정수급 예방 활동과 적발을 위한 조사 및 신고포상금 지급으로 건전한 보험재정 유지를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점검도 올해 2회로 기존 1회에서 확대 편성했다. 기획조사의 경우 유령회사와 허위근로자를 통한 실업급여 부정수급 등에 대해 전국적으로 특별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의심 사건이 발견되면 수시 기획조사도 48개 지방 관서가 일제히 진행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고용보험수사관 14명을 증원해 6개 지방청에 기획조사 전담자로 파견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업급여 부정수급 관리는 전 정권 말부터 재정건전화 방안의 일환으로 강화하기 시작해 현 정부에서 점차 강도가 높아지는 중”이라면서 “실업급여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와 무관하게 부정수급 발생은 그 자체로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업급여를 잡기 위한 단속은 앞으로 더 조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