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조슬기나특파원
최근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긴축 막바지에 들어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유가는 지난해 미 경제에 약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던 주범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이 지난 6주간 21% 상승하면서 미국 근로자들의 교통비, 화물차량 운송비, 각종 생산비 부담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WSJ는 "유가 상승은 운전자와 Fed에 나쁜 소식"이라며 "Fed의 금리 인상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3개월간 도매 경유 가격은 31% 올랐다. 제트 연료는 33%, 휘발유는 18% 치솟았다. 통상 유가 상승세는 경제 회복력의 시그널로도 평가되지만, 가파른 상승세는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을 확대해 Fed가 금리를 더 오래 더 높이 유지해야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유가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2억 배럴에 달하는 정부 전략비축유(SPR)를 시장에 방출하고 산업 에너지 수요가 둔화하며 안정세를 되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결정, 미 경기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론 등을 바탕으로 유가 상승세가 재개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유가 상승세가 인플레이션 압박을 키우는 것은 물론, 최근 연착륙 전망을 바탕으로 한 Fed의 조기 긴축종료 기대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Fed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 에너지 비용이 제외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이 직간접적으로 경제 전 분야의 비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만큼, Fed가 이러한 유가 상승 압박을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고 짚었다.
투자은행 스티펠의 수석전략가인 배리 배니스터는 "에너지와 식료품은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에 포함되지 않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을 결정하는 선행 지표격"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이번주 공개되는 인플레이션 지표부터 이러한 유가 압박이 확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이번주에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지난주 후반 공개된 고용보고서가 엇갈린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Fed의 통화정책 행보에 힌트가 될 이들 지표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Fed는 앞서 미국의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최고치인 5.25~5.5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오는 10일 발표되는 미국의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전월 대비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6월 CPI 상승폭이 2년여만에 최저치인 3%를 기록했으나, 7월 상승폭은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어 다음날 발표되는 7월 PPI도 직전달의 0.1% 하락(전년 동월 대비)에서 플러스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Fed를 둘러싼 긴축 경계감이 커지는 한편, 뉴욕증시도 조정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오 어드바이저의 창업자인 라이언 베란저는 "휘발유값이 최근 몇주간 상승한 만큼 이번주 공개되는 7월 CPI가 이를 반영할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Fed 긴축 공포가 여전한 만큼 투자자들이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