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송승섭기자
박준이기자
정부가 현재 새만금 잼버리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상당 부분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잼버리 참가자들이 수년 전부터 한국 정부에 그늘막 부족과 배수 불량 등을 우려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대비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안일한 준비의식과 담당자 교체로 문제점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7일 정부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성가족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잼버리 관련기관 6곳은 2019년 7월 미국 잼버리가 열리자 연수를 목적으로 해외출장을 떠났다. 통상 해외출장은 목적이 유사하면 대표기관이 가는 게 원칙이지만, 잼버리의 경우 부문별로 담당부처가 여러 곳인 만큼 각 기관이 한꺼번에 수천만원을 들여 미국으로 향했다.
출장자들은 미국 잼버리 참관을 통해 새만금 잼버리 개선점을 점검해 보고했다. 윤효식 당시 청소년가족정책실장 등 여가부 관계자 2명과 세계잼버리조직위 추진단 사무관 2명은 출장 보고서에 “화장실 문이 커튼으로 돼 있어 이용이 불편했다”며 “이동식 화장실은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여름이라 내부온도가 상승하는 등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적었다.
또 “영지 간 거리가 너무 멀다”면서 “특정 영지의 경우 프로그램 수행을 위해 장시간 도보 이동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일 얼음을 제공했으나 부족하다’, ‘제품이 다양하지 못하고 시중가격의 1.5~2배 정도로 비싼 편이다’, ‘(스마트폰) 충전소가 매우 부족하다’ 등의 지적도 있었다.
배수처리 시설과 그늘막 설치에 대한 권고가 담긴 보고서도 있었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들은 국외출장 결과보고서에 “우기에 대비한 적절한 배수시설을 설치하고 상층부는 양질 토사로 매립하고 다질 필요가 있다”며 “(새만금은) 매립지 특성상 수목 등이 없는 벌판에 있어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막 및 내부 쉼터 등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화장실 개수 또한 미국 잼버리보다 많은 2700여칸 이상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미국 잼버리 참가자들이 한국 측 출장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새만금 잼버리를 우려한 사실도 있었다. 2015년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열린 잼버리가 간척지에서 진행됐는데 당시 그늘이 없어 고생했던 참가자들이 미국으로 출장을 온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들에게 “새만금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많은 참가자가 새만금 잼버리 불안 요소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흙바닥 배수불량과 그늘 부족 등 새만금 잼버리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여러 부처가 2019년 미국 잼버리의 실태를 지적했지만 2023년 새만금 잼버리에서 같은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 배수시설이 미비하다 보니 행사 초 잼버리 숙영지는 지난달 내린 장마로 고인 물이 그대로 고여 있었다. 물웅덩이 주변으로 모기를 비롯한 벌레들이 몰리면서 해충피해도 잇따랐다. 열사병 방지를 위해 덩굴 터널 등을 제작했지만 수량이 부족하고 더위를 피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커튼 화장실’의 경우 문으로 바꿔 설치했지만 정작 샤워실을 커튼으로 설치해 참가자들의 불만을 샀다. 최근에는 태국인 남성이 여성 샤워실에 들어오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문이 커튼으로 돼 있어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가격 논란도 불거졌다. 잼버리에서 텐트형 매장을 운영하는 GS25 측은 일부 제품을 시중보다 비싸게 판매했다. 일반매장의 700원짜리 얼음컵은 1500원에, 1800원짜리 아이스크림은 2000원에 팔았다. 코카콜라 500㎖ 가격도 2500원으로 일반 매장보다 10%가량 비쌌다. GS25 측은 물류 인프라 비용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모든 상품의 가격을 내렸다.
이 밖에도 휴대폰 충전을 위해 서브캠프까지 가거나 얼음과 생수가 부족해 정부가 예산을 긴급히 투입해 공급하는 일도 빚어졌다.
미리 문제점을 파악했음에도 준비가 미흡했던 건 출장자들이 대부분 퇴직했거나 보직을 바꿨기 때문이다. 여가부에서 잼버리로 출장을 갔던 인원들은 모두 여가부를 떠난 상태다. 잼버리조직위 추진단 출장자들도 전북 파견자로 현재는 여가부 소속이 아니다. 여가부는 보고서 내용이 어떻게 반영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갔던 사람들이 은퇴해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권영 세계잼버리지원단장은 “(출장보고서) 내용은 정확히 잘 모르고 그때 갔다 왔다고 이야기는 들은 것 같다”면서도 “(기획 단계에서) 열사병 그런 것 때문에 덩굴 터널도 만들고 내용을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파행에 가까운 잼버리 운영을 두고 행사 지휘를 전문성이 부족한 여가부가 담당한 게 화근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잼버리 관련 시설 설치와 조직위 구성 권한까지 가지고 있음에도 논란을 거듭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세계스카우트 연맹은 성명을 통해 “주최자에게 일정보다 일찍 행사를 종료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