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이달 한미일 정상회의 및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수공장을 집중 시찰한 데 이어 소총 사격 장면까지 공개했다. 특히 북한이 처음으로 '국방경제사업'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러시아에 대한 불법 무기 수출을 새로운 돈줄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3~5일 대구경 방사포탄 생산공장 등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하면서 당의 군수공업정책의 핵심 목표 수행정형을 요해(파악)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군대의 전쟁 준비를 더욱 완성하기 위해 공장이 담당하는 중요한 책임'을 강조하고 '국방경제사업'의 주요 방향을 제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이 둘러본 공장은 초대형 대구경 방사포탄과 저격무기, 전략순항미사일, 무인공격기 엔진, 미사일 발사대차 등을 생산하는 곳들이다. 여기서 처음 쓰인 '국방경제사업'이라는 표현은 군수공업을 경제적 가치로 연결 짓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한 점을 고려하면, 대러 불법 무기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를 시사한다.
앞서 존 커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쇼이구 장관의 방북 목적은 탄약 판매를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번 시찰에서 포탄 생산공장을 둘러보며 '새로운 탄종 계열 생산'을 강조했는데, 이 또한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대거 수출할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의 현지 지도 중 초대형 대구경 방사포탄 생산공장 방문이 가장 먼저 소개된 것은 러시아에 보다 양질의 포탄을 대량 수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의미"라며 "북한이 '국방경제사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군수공업이 내수뿐만 아니라 무기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1∼2일 러시아의 귀빈용 군용기가 평양에 머물다가 모스크바로 돌아간 만큼 당시 북한과 러시아가 보다 구체적인 군사협력 방안을 조율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지금 러시아에 필요한 것은 총, 탄약, 포탄, 방사포 같은 재래식 무기"라며 "방북한 러시아 측이 현지 생산시설을 둘러봤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이 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했다는 보도 자체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군수공장 시찰이 대외적으로 공개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기 때문이다. 오는 18일 한미일 3국이 가지는 첫 단독 정상회의와 오는 21일부터 한미 연합훈련과 연계 실시되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을 겨냥한 차원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김 위원장이 직접 소총을 들고 사격하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격 당시 뒤편에 보이는 '김일성의 사진'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이 연출됐는데, 이는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등 한미의 움직임에 맞선 '강 대 강' 대결 기조를 드러내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김씨 일가의 정통성을 부각하면서 주민들의 충성과 결속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