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감사원이 현재 제주와 세종에만 적용되고 있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전면 시행되지 않는 데 환경부의 책임이 있다며, 전국으로 확대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청구해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행 유예' 관련 공익감사 결과보고서를 2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업무를 게을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애초 사업자들의 반발 이유였던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됐으니 법률 개정 취지에 맞게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판매할 때 음료값에 더해 컵 자원 순환보증금 300원을 더 받도록 한 제도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만 1년에 28억개 이상 사용되는 일회용컵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사용량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제도로, 보증금은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는다.
2020년 5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도 도입 근거가 마련됐고, 환경부는 2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6월 10일부터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행을 21일 앞둔 지난해 5월 20일, 환경부가 제도 도입을 6개월 뒤인 12월로 미루면서 국회 입법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당시 제도를 현장에서 시행하는 데 필요한 대상 사업자, 사업자 준수사항, 보증금 관련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고시를 제때 마련하지 않아 사업자들이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판단했다.
보증금 제도를 실행하려면 커피 판매점 등은 제품 가격에 보증금을 반영하고, 보증금을 돌려주는 데 필요한 여윳돈을 준비해야 했다. 또 컵에 보증금 안내 라벨을 붙이고, 돌려받은 컵을 보관할 장소를 마련하고, 수집·운반사업자와 위탁 처리계약도 해야 했지만, 기준이 되는 고시가 없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렇게 여건 정비가 안 된 데다 당시 코로나19로 매출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자영업자들이 반발해, 환경부는 결국 보증금 제도를 작년 12월 2일부터 제주와 세종에만 시행하기로 했다.
제주는 관광객으로 인한 쓰레기 발생이 심각하고, 세종은 공공기관이 밀집돼 있어 일회용 컵 사용 감축에 앞장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전국 보증금 제도 대상 사업자 매장 3만여개 중 제주·세종 지역 587개 매장만이 보증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2%에 불과하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정한 고시를 보면 제주·세종 외 나머지 지역은 '고시 시행일 이후 3년을 넘지 않은 범위에서 제주·세종 지역의 시행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환경부 장관이 정하는 날에 적용한다'고 돼 있다.
여기에 대해 감사원은 "현재 고시에 따르면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언제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감사원은 코로나19 여파가 있던 작년 5월에 중소상공인에게 부담이 발생한다는 우려가 고려된 점은 일부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환경부가 총 300여회에 걸쳐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려고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무 태만'으로 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편 환경부는 감사원의 공익감사 결과를 수용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에 "감사 결과에 대해 검토해서 (전국 확대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고시) 상으로는 3년 안에 (전국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한다는 내용이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