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걸린 中경제]⑥'최대 취약고리 부동산, 정책기조 전환 주목해야'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최대 취약 고리다. 중국이 그간 과잉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을 활용했다면, 지금은 기업 부채 리스크 때문에 부동산을 경기 대응에 활용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딜레마다."

중국경제 전문가인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1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 경기부진의 핵심은 부동산에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주택 가격 하락으로 부진이 심화되면서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익성·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부동산 개발기업의 채무불이행이 증가하는 등 관련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소비나 투자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 위원은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부동산 분야"라며 "부동산 업종이 중국의 기업 부채 증가를 주도하면서 중국 정부가 부동산업체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거시 안정성 차원에서 진행되는 부동산업종의 부채비율 관리 기조가 지속된다면 부동산 건설 투자가 늘어나기 어렵고 결국 경기를 부양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투자 부진도 중국 경제 반등을 어렵게 하는 중요 요인인데 민간기업 투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온 부동산 관련 투자가 부진하면서 결국 민간투자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은 제로섬"이라며 "중국 당국은 부동산 업체의 부채비율 조정과 과다한 지방정부 부채 조정이라는 두 가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과 경기부양 둘 중의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하반기 중국 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중국 당국의 정책 기조 전환 여부"라며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경기를 다시 살려야 하는 딜레마 속에서 그간 구조조정에 방점을 실어 왔던 시진핑 정부가 어떻게 정책 방향을 선회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경기 부진의 중심에는 민간투자 부진과 부동산 시장 불안이 자리잡고 있지만, 이들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일반적인 부양정책인 금리 인하나 유동성 공급 등의 부양정책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과거 일본과 같은 대차대조표 불황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부동산 분야를 봤을 때 대차대조표 불황을 겪고 있다고 본다. 실제 중국은 가계 부채 사이드가 아니라 부동산 업종의 부채 비율이 심각하다. 중국 비금융기업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100% 정도라는 것을 고려해도 굉장히 높다. 특히 비금융기업 부채 문제의 핵심이 부동산 업체의 부채 급증이라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부동산을 방치하기 어렵다.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업체의 부채 비율이 높아지자 중국 당국은 부동산 거품에 대처하기 위해 2020년 8월 3대 레드라인 규제를 도입했다. 3대 레드라인은 부채비율이 70%를 넘으면 안 되고, 시가총액 대비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어야 하며, 단기 차입금 대비 보유 현금은 1배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규제로 업계 1위였던 헝다 등 부동산 업체들이 자금난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부동산 업종이 과거에는 경기 안정화에 활용됐다면, 지금은 기업 부채 리스크 때문에 경기 대응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강하기 때문에 2020년부터 부동산 불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지금도 전혀 살아나지 않았다. 부동산 부진이 전체 경제 성장의 활력을 낮추고 있다. 부동산 불황이 투자와 소비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졌던 일본을 통해 중국이 학습효과를 얻었을 것 같은데. 중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까.

▲중국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각각 배운 것이 있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에게는 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본으로부터 배운 것은 금리다. 중국은 금리를 안 낮춘다. 기껏해야 0.1%포인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20일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했다. 통화량을 조절하지, 금리로 안 한다. 금리를 높이자니 기업 부담이 늘어나고 낮추자니 싼 돈에 중독된다. 일본은 거품이 빠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중국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중국 당국이 경기 둔화 속에서도 부동산을 쥐고 있는 이유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성장둔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언제까지 부진이 이어질까.

▲주택 누적 공급량, 인구구조 변화, 도시화 속도 둔화, 높은 공실률 등에 따라 향후 주택 수요는 둔화할 것이고 추가적 성장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의 1인당 주택 면적(전국 기준)은 2010년 31.1㎡에서 41.7㎡로 급증했다. 14억명이 사는 중국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집을 늘렸다. 부동산 투자가 경기를 주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주택 면적이 2021년 기준 33.9㎡다. 중국 부동산은 향후 신규주택 수요보다 리노베이션과 재건축의 비중이 증가할 전망이다. 전국적 등기 시스템 구축, 부동산세와 상속세 도입 가능성 등에 따라 수요는 위축될 것이며 민간투자, 내구재 소비 등 여타 분야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 집권을 노리는 시진핑 입장에서는 부동산 관련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부동산 시장 자체의 성숙과 수요 둔화는 필연적이다. 현재 중국의 문제는 시진핑 정부의 장기적 구조조정 의지가 현재 경기 상황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시진핑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지 하반기 지켜봐야 한다.

-중국 민영기업의 투자 심리 회복도 어려워 보인다.

▲시진핑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국유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2018년부터는 플랫폼 기업에 다양한 규제를 도입하고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분배를 중시하는 '공동부유'를 강조하면서 사교육·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죽이거나 금지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정부가 민영기업의 성장을 억압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금리를 인하하거나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부양에 나선다 해도 민간기업의 투자 심리가 회복될 것 같지 않다. 민간기업이 원하는 시그널은 그게 아니다. 지난 몇 년간 겪었던 사회적·정치적 리스크를 앞으로 겪지 않게 하겠다는 신뢰와 안심을 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는 시진핑 정부의 정책 기조와 메시지가 바뀌어야 가능하다. 이로 인해 하반기 경기 부양 정책보다는 정책 기조의 메시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강력한 규제 정책에 버금가는 강력한 완화 메시지가 나와야 투자 심리가 회복될 수 있다.

경제금융부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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