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군사전문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첫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의 최초 비행 1년을 맞이하면서 한국형 6세대 전투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F-21은 일부 스텔스 성능을 갖춘 4.5세대급 전투기다. KF-21 시제기 1호기는 지난해 7월 19일 오후 3시40분쯤 경남 사천의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에서 이륙한 뒤 33분간의 비행 후 무사히 착륙했다. 이후 지난달 28일 마지막 6호기까지 아무 사고 없이 성공적인 비행을 마쳤다.
KAI는 KF-21의 순항에 힘입어 블록(Block)-3 단계에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이어 곧바로 6세대 유무인복합체계(MUM-T·멈티) 개발로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KAI는 우선 2025년까지 다목적 무인기 플랫폼을 개발한 뒤 경공격기인 FA-50과 통합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차세대 공중 전투 체계 핵심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KF-21과 함께 비행할 무인기는 대한항공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4년 무인기 가오리-X1을 개발했다. 가오리-X1은 길이 10.4m, 날개폭 14.8m, 중량 10t에 달하는 대형 무인전투기의 46%를 축소한 기체다가오리-X1은 1시간 30분동안 50㎞를 날며 무인전투기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대한항공은 나아가 가오리-X1을 이용해 ‘무인편대기’와 ‘스텔스 무인정찰기’를 개발할 예정이다. 무인편대기는 ‘멈티’라고 불리는 유-무인 협력 기능이 가능하다. 사람이 탑승한 유인전투기를 적진에 침투시키기 전에 스텔스 무인편대기가 먼저 나선다. 전방에서 먼저 적과 전투를 벌이거나 정찰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전투기 조종사의 생명을 보호받는 것은 당연하다. 무인기는 유인기와 동시에 임무에 투입되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상황에도 대처가 가능하다. 무인편대기는 2025년에 첫 비행을, 2027년에는 정부가 보유한 유인기와 같이 유-무인 합동작전을 시험할 예정이다.
공격형 무인전투기는 가오리-X2다. 한국형 중거리 유도폭탄 등을 장착할 수 있어 ‘미니 B-2폭격기’라고 불린다.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서 현재 개발중인 스텔스 무인기용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을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이 개발 중인 스텔스 무인전투기의 엔진은 1만파운드급을 장착한다.
해외에서도 조종사가 탑승한 전투기를 중심으로 무인기가 편대를 구성해 호위, 정찰 등 임무를 함께 하는 무기 체계 개발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멈티개념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현실화된 전술무기다. 미공군은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지상공격기인 AC-130 건십과 무장정찰감시기인 MQ-1C 프레데터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링크를 적용해 팀 개념의 작전을 실시했다. 이 최초의 멈티 작전에서 프레데터는 센서를 통해 촬영한 영상자료를 AC-130에 실시간으로 전송했고, AC-130은 이 영상자료를 기반으로 중요 표적을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었다.
미 공군은 현재 ‘로열 윙맨(Loyal Wingman)’을 개발중이다. 6세대 전투기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며 조종사를 대신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할 충성스러운 호위기란 의미다. 로열 윙맨의 특징은 인공지능(AI)이 제어하고, 다른 항공기와도 팀으로 작전할 수 있다. 공격헬기인 AH-64 아파치는 무장정찰감시용 무인기인 MQ-1C 그레이 이글과 함께 팀을 구성했다. 작전지역에 그레이 이글을 먼저 투입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실시간으로 아파치에 전송한다.
러시아 공군도 이미 로열 윙맨인 S-70 오크호트닉-B는 2024년 러시아군에 인도될 전망이다. 길이 14m, 날개폭 20m, 그리고 무게가 약 20톤으로 추정되는 S-70은 5세대 전투기인 Su-57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면서 탐지범위를 확대하고, 스텔스 성능을 이용한 은밀 침투를 통해 표적 정보도 전송하는 등 Su-57 전투기의 사냥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 공군은 최근 보잉과 손잡고 개발한 로열 윙맨 ATS (Airpower Teaming System)의 첫 비행도 마쳤다. 호주 공군의 로열 윙맨은 유인항공기가 임무지시를 하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로열 윙맨 드론은 길이 11.7m로 일반적인 전투기보다 작지만 8.5m인 MQ-1C 그레이 이글보다 크다. 항속 거리도 3700km에 달해 대부분의 전투기와 합동 작전을 수행하는데 충분하다. 최고 속도는 공개된 바 없지만, 최신 전투기와 비슷하거나 조금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