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영기자
코로나19 이후 가격이 급등했던 명품 시계 중고가격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주요국의 금리인상으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고,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재테크 수단이었던 '롤렉스'가 상당수 투자자들에겐 애물단지가 됐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계 전문 플랫폼인 워치차트를 인용해 중고시계 평균 판매가격이 지난 5일 기준 3만781달러(약 3970만 원)로 지난해 3월 고점(4만4778달러·약 5770만 원) 대비 31%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명품 브랜드인 롤렉스 시계 중고가는 같은 기간 27% 내렸다. 워치차트는 롤렉스 모델 30개의 중고가를 추산하는 롤렉스 시장 지수를 발표하는데, 현재 가격은 2만8116달러(약 3630만 원)로 2021년 5월 이후로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찰스 티안 워치차트 최고경영자(CEO)는 "개인들이 시장에 시계 매물을 내놓으면서 공급이 크게 늘었고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시계를 투자 수단으로 여기는 많은 사람들이 이젠 보유 자산을 처분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국의 금리인상이 명품 시계 중고가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시중 유동성이 확대되자, 많은 사람들은 인플레이션 헤지 및 재테크를 위해 '롤렉스 오픈런'에 나서며 명품 시계 중고가를 끌어올렸다. 명품 시계 회사 역시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 시계 생산량을 크게 늘리지 않았고, 이는 중고가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불길을 잡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고강도 통화긴축 스텝을 밟으면서 중고 시계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다.
티안 CEO는 "금리가 갑자기 오를 때는 (시계보다는) 채권과 같은 다른 투자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