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박일환의 '의성의태어의 발견'<5>

편집자주왱왱, 댕글댕글, 조랑조랑… 모두 책이나 글 읽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하지만 그 어감엔 미묘한 차이가 있어 ‘왱왱’은 맑고 높은 소리로 막힌 데 없이 글을 읽는 소리를, ‘댕글댕글’은 책을 막힘없이 줄줄 잘 읽는 소리나 그 모양을, ‘조랑조랑’은 어린 사람이 계속해서 똑똑하게 글을 외거나 말을 하는 소리를 일컫는다. 글이나 노래 따위를 자꾸 입속말로 읽거나 읊는 소리는 ‘응얼응얼’이라고 하고, 말을 하거나 글을 읽을 때 자꾸 느릿느릿하게 더듬는 모양은 ‘떠듬적떠듬적’이라고 한다. 이처럼 다채롭고 경이로운 우리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의성의태어의 발견>이다. 저자 박일환 작가는 1992년 전태일문학상 단편소설 우수상을 받고 1997년 <내일을 여는 작가>에 시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30년 동안 국어교사 생활을 하면서 <진달래꽃에 갇힌 김소월 구하기>, <청소년을 위한 시 쓰기 공부> 등을 썼고,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애정을 담아 <국어선생님, 잠든 우리말을 깨우다> <미주알고주알 우리말 속담> <미친 국어사전> 등도 펴냈다. 퇴직 후에도 집필과 국어사전 탐방을 이어가고 있다. 글자 수 874자.

듣기 싫은 소리가 있는가 하면 듣기 좋은 소리도 있다. 어떤 소리가 듣기 좋으면서 귀를 즐겁게 해줄까?

삼희성(三喜聲): 마음을 기쁘게 하는 세 가지 소리. 다듬이 소리, 글 읽는 소리, 갓난아이 우는 소리를 이른다.

이 세 가지 소리를 선택해서 퍼뜨린 사람이 누구인지 등의 출처가 알려지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많은 이가 이와 같은 분류에 공감해서 삼희성(三喜聲)이라는 말이 지금까지 전해왔을 것이다. 그중 글 읽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들을 알아보자.

왱왱: 맑고 높은 소리로 막힌 데 없이 글을 읽는 소리.

웽웽: 크고 높은 목소리로 막힌 데 없이 글을 읽는 소리.

‘왱왱’이나 ‘웽웽’이라고 하면 대개 모기가 날아드는 소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두 낱말은 동음이의어로 ‘작은 날벌레나 돌팔매 따위가 잇따라 빠르게 날아가는 소리’를 뜻하기도 한다. 그런 소리가 왜 글을 읽는 소리로 쓰이게 됐는지 알 길은 없으나 예전 사람들이 쓴 글을 보면 실제 용례가 발견된다.

▶ 만수향을 피워놋코 글을 왱왱 위이고 잇슴니다.(동아일보,1925. 8. 10.)

육당 최남선을 찾아가 근황을 전하는 기사의 한 대목이다. 이 기사뿐만 아니라 다른 글들에서도 같은 용례로 쓰인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모기 같은 날벌레가 나는 소리로 ‘욍욍’도 표제어에 있으나 이 말에는 글 읽는 소리라는 뜻이 없다.

댕글댕글: 책을 막힘없이 줄줄 잘 읽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뎅글뎅글: 책을 막힘없이 죽죽 잘 읽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이 낱말들도 마찬가지로 뜻을 알기 전에는 책 읽는 소리를 연상하기 힘들다. 억지로 연결해보자면 두 낱말은 어감상 무언가가 굴러가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게 책을 읽을 때 혀를 잘 굴리는 소리나 모양을 떠올리게 만든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박일환, <의성의태어의 발견>, 사람in, 1만7000원

편집국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