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듣기 싫은 소리가 있는가 하면 듣기 좋은 소리도 있다. 어떤 소리가 듣기 좋으면서 귀를 즐겁게 해줄까?
삼희성(三喜聲): 마음을 기쁘게 하는 세 가지 소리. 다듬이 소리, 글 읽는 소리, 갓난아이 우는 소리를 이른다.
이 세 가지 소리를 선택해서 퍼뜨린 사람이 누구인지 등의 출처가 알려지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많은 이가 이와 같은 분류에 공감해서 삼희성(三喜聲)이라는 말이 지금까지 전해왔을 것이다. 그중 글 읽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들을 알아보자.
왱왱: 맑고 높은 소리로 막힌 데 없이 글을 읽는 소리.
웽웽: 크고 높은 목소리로 막힌 데 없이 글을 읽는 소리.
‘왱왱’이나 ‘웽웽’이라고 하면 대개 모기가 날아드는 소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두 낱말은 동음이의어로 ‘작은 날벌레나 돌팔매 따위가 잇따라 빠르게 날아가는 소리’를 뜻하기도 한다. 그런 소리가 왜 글을 읽는 소리로 쓰이게 됐는지 알 길은 없으나 예전 사람들이 쓴 글을 보면 실제 용례가 발견된다.
▶ 만수향을 피워놋코 글을 왱왱 위이고 잇슴니다.(동아일보,1925. 8. 10.)
육당 최남선을 찾아가 근황을 전하는 기사의 한 대목이다. 이 기사뿐만 아니라 다른 글들에서도 같은 용례로 쓰인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모기 같은 날벌레가 나는 소리로 ‘욍욍’도 표제어에 있으나 이 말에는 글 읽는 소리라는 뜻이 없다.
댕글댕글: 책을 막힘없이 줄줄 잘 읽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뎅글뎅글: 책을 막힘없이 죽죽 잘 읽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이 낱말들도 마찬가지로 뜻을 알기 전에는 책 읽는 소리를 연상하기 힘들다. 억지로 연결해보자면 두 낱말은 어감상 무언가가 굴러가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게 책을 읽을 때 혀를 잘 굴리는 소리나 모양을 떠올리게 만든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박일환, <의성의태어의 발견>, 사람in,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