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에 저녁 먹다 혼난 직장인…'흡연자들 담배 피우는 시간이 더 길어'

밥 먹는데 20분 소요, 담배피는 거랑 똑같아
팀 이동 전 5년간 퇴근 1시간 전 저녁 먹어

한 직장인이 퇴근 전 근무 시간에 구내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다 상사에게 들켜 혼이 나자 "흡연자들이 담배 피우는 시간이 더 길다"고 반박한 사연에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퇴근 1시간 전 저녁 먹는 것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제목이 올라왔다.

한 직장인이 퇴근 전 근무 시간에 구내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다 상사에게 들켜 혼이 나자 "흡연자들이 담배 피우는 시간이 더 길다"고 반박한 사연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출처=연합뉴스]

A씨는 "회사는 9시 출근, 6시 퇴근이다. 통근 버스를 타면 서울 시내까지 1시간 소요돼 집에 도착하면 7시 10분 정도"라며 "그때 밥을 먹으면 너무 늦어서 퇴근 전인 5시에 저녁을 먹는다"고 했다. 지난 5년간 5시에 저녁을 먹은 A씨는 팀을 옮긴 뒤 해당 행동에 대해 지적받았다. 그는 "처음엔 '지난 5년간 밥 먹었다'고 변명하고 싶지 않아서 알겠다고 한 뒤 몰래 먹었다"며 "밥 먹는 데 15~20분 정도 걸린다. 다른 팀 사원, 대리급들도 (식당에)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도 먹다가 들켰는데 과장님이 회의실로 따로 불러서 '왜 말을 안 듣니. 윗선에 보고해서 공론화할까’ 이러셔서 답답한 마음에 말대꾸했다"고 적었다.

A씨는 상사에게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과장님은 담배 피운다고 나가는 시간을 합치면 나보다 더 많은 거 아닌가"라며 "회사 밥 먹는 것도 내 식권 한도로 먹는 거고 시간도 20분 안쪽이다. 그렇다고 내가 업무를 안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A씨는 "다른 팀 사원·대리 중에도 밥 먹는 사람이 있고 이전 팀에 있을 때도 먹었다"며 "그렇게 따지면 잠시 나가서 차 마시는 시간도 못 가지냐. 내가 뭐 어디 나가서 일부러 일 안 하고 시간만 축낸 적 있느냐. 공론화하라. 그럼 난 흡연자들의 근무 시간이 더 적은 것 같다고 공론화하겠다고 했다"고 적었다.

A씨는 "회사 인사팀에 문의하면 밥 먹지 말라고 할 텐데, 이렇게 빡빡하게 구는 거 화난다. 과장님도 한 번씩 먹는 거 봤다. 어떻게 생각하시냐"면서 투표를 올렸다.

이 투표는 6일 오전 9시 기준 총 4988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밥 먹으면 안 된다. 54.8%(2735표) △원래 안 되는데 봐준다. 28.1%(1403표) △밥 먹어도 괜찮다. 17.1%(850표)였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정해진 근무 시간에 대놓고 밥 먹는 건 직무 유기", "보통 집에 가면 7시가 넘고, 그때 밥을 먹는다"라는가 하면 "근무 시간에 밥 먹는 건 안 되고 흡연은 된다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오래 나가 있는 흡연자들에게도 지적해야 한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일명 '담배 타임', 상사 지휘·감독 아래 있다면 '노동시간' 해당

한편, 지난 2018년 정부는 주 52시간제를 도입할 당시 근무 중 잠깐 담배를 피우러 나가거나 커피를 사기 위해 자리를 비울 경우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며 사용자의 지휘나 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에 해당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간이 맞는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지'라고 설명한다. 근로기준법 50조 3항에 따르면 노동시간을 산정하면서 작업을 위하여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담배를 피우러 갔더라도 언제든 상사가 부르면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에 해당한다면 노동시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슈2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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