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과거와 현재를 모두 품은 대학로…혜화역

편집자주지하철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인 동시에 하루만보의 중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지하철역 주변의 걷기 좋은 곳을 소개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코스는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이다. 혜화라는 이름은 한양도성 4소문 중 하나인 혜화문(동소문)에서 따왔다. 1988년 동물원이 발표한 '혜화동'이라는 노래가 유명한데, 이후 후배 가수들이 많이 리메이크해 35년이 지난 지금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노래에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혜화역 개통 시점이 1985년이니 당시 혜화역 인근의 분위기를 전하는 내용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혜화역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 대학가 중 하나다. 아예 대학로라고 하면 이 일대 번화가를 일컫는다. 국내 연극계의 메카이기도 한데, 마로니에 공원 쪽에 수많은 소극장이 있고, 하루에도 수십 편의 연극이 공연되고 있다. 그만큼 젊음을 느낄 수 있는 동네이기도 하다. 혜화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서울대병원과 의대·치대·간호대 등 의학계열로 이뤄진 서울대 연건캠퍼스가 있다. 서울대병원 바로 앞에 근대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 눈에 띄는데 옛 서울 대한의원 건물이다. 1907년 대한제국이 의정부 직속으로 창경궁 바깥 정원인 함춘원의 언덕에 지었다. 중앙에 높이 솟은 시계탑은 바로크양식을 하고 있어 본격적인 서양식 건축물의 특징을 볼 수 있다.

대학로 뒷골목. 주택의 일부나 전부를 개조해 식당이나 카페 등 상업시설로 이용하는 업소들이 많다./허영한 기자 younghan@

서울대병원을 가로질러 걸어가면 창경궁이 나온다. 조선 5대 궁궐 중 하나로 현재는 관광 명소이자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봄에는 주변 대학 신입생들이 즐겨 찾는 소풍 장소이기도 하다. 오후 9시까지 야간 상시관람도 열린다. 한 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만 24세 이하, 만 65세 이상 내국인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복을 입었을 때, '문화가 있는 날'인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도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창경궁에서 국립어린이과학관 방면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성균관대가 나온다. 학교 안에는 조선 시대 최고 교육기관인 성균관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성균(成均)은 '성인재지미취(成人材之未就), 균풍속지부제(均風俗之不齊)'의 앞 글자들을 따온 것으로, '인재로서 아직 성취하지 못한 것을 이루고, 풍속으로서 가지런하지 못한 것을 고르게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성균관대 정문에는 탕평비와 하마비가 있다. 보통 존재를 잘 모르고 지나치기 쉽지만 탕평비는 조선 영조 때, 하마비는 중종 때 세워진 유서 깊은 유적들이다.

혜화동로터리 방면으로 걸어 나오면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동성고를 지나 소극장과 맛집들이 즐비한 대학로와 마로니에공원이 나온다. 공원 내에도 야외무대가 있어 콘서트나 무용, 연극 공연 등이 수시로 열리고 있다.

주요 경유지: 혜화역-서울대병원-창경궁-성균관대-대학로-마로니에공원

코스 거리: 3.5㎞ 소요 시간: 1시간

바이오헬스부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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