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위기이자 기회…광주가 전초병 역할할 것”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현장 방문
박양우 대표 "세계적 위상 높일 것"
내년 국가관 20개 이상으로 확대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금은 비엔날레의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광주비엔날레가 현대 미술사의 담론을 형성하고 새로운 길을 여는 전초병 역할을 하겠습니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지난 14일 한국여성기자협회 주도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비엔날레는 일반 갤러리나 기획전에선 보여주지 못했던 한계를 깨고, 미술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 만한 시도를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비엔날레의 존재 이유와 본질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는 "국공립 미술관이 늘어났고 최근 미술품 거래 시장도 활성화됐다"며 "반면 미술계의 또 다른 한축인 비엔날레는 상대적으로 주춤하면서 새로운 도전 의식이 약해졌다"고 평했다. 박 대표는 내년 3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시대를 관통하고 미술사에 길이 남을 예술가들을 발굴·소개함으로써 세계적 위상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광주시 용봉동에 위치한 광주비엔날레 전용 전시관에선 지난 4월부터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진행 중이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행사의 관람객 수는 현재까지 약 25만명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최종 35만명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물'이다. 물이 지닌 포용력과 부드러운 힘에 주목했다. 작품들은 다양한 민족과 역사, 전통을 보여주며 이질적인 것들 간에 공존하고 연대하는 세상의 모습을 담아냈다. 세계 각국에서 온 79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이 중 70%는 여성이다. 이숙경 영국 테이트모던 국제미술 수석 큐레이터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최두수 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은 "직접 현장을 발로 뛰며 작가를 발굴하는 이 감독만의 강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면서 "이번에 소개된 작가들은 각자 지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엄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

전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의 불레베즈웨 시와니의 작품으로 시작된다. 공간을 가득 채운 흙과 양모실을 꼬아 만든 수십 개의 오방색 밧줄이 관객들을 압도한다. 작가이자 '영적 치유자'인 그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야기한다. 이번 비엔날레의 대표작인 <코 없는 코끼리>는 엄정순 작가가 시각장애 학생들과 코끼리를 체험하는 프로젝트를 10년 넘게 진행한 결과물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광주 출생으로 미국과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김민정 작가는 한지와 먹물을 사용해 전통 한국화를 재해석했고, 습하고 흐린 날씨에 자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키네틱(kinetic) 아트를 선보인 모리 유코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힘을 생각하게 한다.

광주비엔날레는 본래 2년마다 열리지만, 내년에는 창설 30주년을 맞아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연이어 개최된다. 올해에는 국가별 작품을 따로 모아놓은 파빌리온(국가관)이 캐나다 스위스 영국 등 총 9개였는데, 내년에는 20개 이상 광주 이곳저곳에 자리 잡아 관객들을 불러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비엔날레를 대표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지역경제를 살리고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예술감독으로는 국제무대 경험이 많은 니콜라 부리오가 선임됐다. 박 대표는 "내년에는 '공간'이라는 주제로 시대정신을 보여주고 새로운 시류를 제시하는 일에 충실할 것"이라며 "관객들이 '이게 진짜 비엔날레'라는 느낌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업IT부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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