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꾸는 M]①86세대 이어 새로운 세력 등장한다

2018년 한국 사회를 강타한 '미투 운동', 2021년 연초 SK하이닉스 현대차 네이버 등에서 벌어진 성과급 논란과 뒤이은 MZ(밀레니얼+Z세대) 노조의 탄생, 2021년 여름 국민의 힘 당대표로 36세의 이준석 당선. 2023년 MZ 노조의 부상과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의 창립.

최근 우리 사회 변화 흐름의 중심에는 밀레니얼세대(1980~1996년생)가 있다.

이런 변화는 1960년대 5.16 쿠데타로 인한 사회 변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성공으로 인한 사회 변화와 비슷한 흐름이라는 분석이 있다.

30~40년 권력주기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산업화, 민주화를 압축적으로 겪었다. 그 과정에서 세상을 바꾼 주역들이 30~40년 간격으로 탄생했다. 이들은 세상을 바꿨고, 그 성공의 경험과 능력으로 30~40년 동안 권력과 부를 누렸다. 이른바 30~40년 권력주기설이다.

산업화 세대는 1910년대생과 1920년대생이 주축이다. 정치 분야에서는 5.16 쿠데타를 주도했던 박정희(1917년생), 김종필(1926년생) 등과 야권에서 '40대 기수론'으로 기성세력을 밀어냈던 김대중(1924년생), 김영삼(1928년생)이 있다. 김종필은 30대 후반의 나이에 중앙정보부장을 역임해 권력의 2인자에 올랐고, 이후 김대중 김영삼과 함께 70세를 넘어선 2000년대 초반까지 '3김 시대'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1910년생),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1915년생), 구인회 LG그룹 창업자(1907년생), 최종현 SK그룹 창업자(1929년생) 등 대부분 재벌 1세대들이 속해 있다.

민주화 세대는 86세대(1960년대생)로 대표된다. 정치 분야에서는 우상호(1962년생), 이인영(1964년생), 임종석(1966년생) 등 1980년대 학생운동권 세력이 민주 진영에 있다. 86세대 운동권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젊은 피'로 영입됐고, 총선 격전지에서 승리해 능력을 입증했다.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민주당을 장악했다. 오세훈(1961년생), 나경원(1963년생), 원희룡(1964년생), 남경필(1965년생) 등 변호사, 판사, 검사, 방송인 등 전문직이 보수 진영에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벤처 붐을 타고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1967년생), 김범수 한게임·카카오 창업자(1966년생),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자(1967년생), 이재웅 다음 창업자(1968년생) 등이 성공신화를 썼다.

결핍이 역사의 주역을 만든다

산업화·민주화 세대를 이어받을 세대는 누가 될까. X세대(1970~1979년생)는 현재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이지만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 뒤로 밀레니얼세대(1980~1996년생)와 Z세대(1997~2009년생),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가 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산업화 세대는 ‘먹고 살기 힘들어 굶기도 했던’ 후진국 시대에서 제대로 먹고 사는 게 문제였던 '생활'의 결핍 시대였다. 1960년대, 1970년대에 '생활'의 결핍은 빠른 경제성장으로 해소됐다. 산업화의 주도 세대 1910~1920년대생 이후로 1930~1950년대생들은 그 흐름에 따라 살았다.

민주화 세대는 먹는 게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싶었던 '자유, 민주'의 결핍 시대였다. '자유, 민주'의 결핍은 1987년 민주항쟁과 1993년 문민정부 출범으로 어느 정도 해소됐다. 적어도 형식적인 민주화는 이뤄졌다. 1990년대 학번들(X세대)들은 그 흐름에 따라 살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선진국과 비슷한 환경에서 청년기를 보낸 세대다. 학교와 군대에서 체벌과 구타가 약화돼 갔고 보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기업들이 주춤한 틈을 타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우리 주력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한류의 힘은 더욱 더 깊어졌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됐다고 느껴졌던 시점이다.

그런데 이들은 사회에서, 직장에서 여러가지 불합리함을 느꼈다. 성장기를 선진국적인 환경에서 살아왔는데 기성 사회는 여전히 구시대적인 개발도상국적인 문화였고 실질적 민주주의는 요원했던 것이다. 그들은 '합리, 상식'의 결핍을 견딜 수 없었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이게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혁의 현실이다.

경제금융부 정재형 경제금융 부장 jj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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