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괴물태풍' 사정권…해수온도 상승에 영향

기상청, 태풍 예보 간격 6시간→3시간 줄여

해수 온도 상승으로 올여름 우리나라에도 '괴물 태풍'이 상륙할 수 있다는 예보가 나왔다.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평양·인도양·대서양에서 공통으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해 올봄 아프리카와 동남아를 휩쓴 '프레디'와 모카', 괌을 덮친 '마와르'처럼 짧은 시간에 덩치가 커지고 생존 기간은 긴 태풍이 나타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배포한 태풍 마와르 위성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같은 양의 햇볕을 받더라도 수증기 증발량이 많아져 태풍이 짧은 시간에 급격히 발달하는 '급강화' 현상을 일으킨다. 일단 태풍이 만들어지면 주변 수증기를 빠르게 흡수해 급속도로 덩치가 커지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수증기는 태풍의 '연료' 역할을 한다. 태풍은 이 연료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세력이 약화하다가 소멸하게 되는데, 올해는 전 세계 해역의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 태풍이 어느 해역을 지나더라도 이 연료 공급이 원활해지고 있다. 연료가 끊임없이 보충돼 소멸까지 걸리는 기간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최근 '프레디'는 37일간 생존하여 역대 가장 긴 사이클론으로 이름을 올렸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지난해 6월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이마트 매장 일부와 도로 등이 침수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태풍에 자주 노출될 수 있는 조건에 있었다. 열대 동태평양 감시구역 해수 온도가 떨어지는 라니냐가 3년간 길게 나타나면서 우리나라와 가까운 서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상승했다. 이에 서태평양에서 태풍이 자주 발생하여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9월 포항을 덮친 '힌남노'의 경우 우리나라에 역대 세 번째로 피해를 준 태풍이었다.

올해는 엘리뇨가 발달하는 만큼 우리나라와 먼 동태평양의 온도가 오르고 있다. 평소라면 동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우리나라까지 오다가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올해 태풍의 특징은 '큰 덩치'와 '장기간 생존'인 만큼 긴 시간 해역을 돌며 몸집을 키운 상태로 우리나라를 덮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얀마를 강타한 '모카'의 경우도 내륙을 덮치기 전에 급속도로 덩치를 키웠고, 이에 많은 인명·재산피해를 남겼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기상청은 오는 26일 이후 발생하는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면 태풍 예보 간격을 기존 6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태풍과의 거리를 보여주는 지점도 기존 165개에서 173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슈2팀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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