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재진 환자 중심을 원칙으로 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1일부터 시작된다.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가 제시한 계도기간 3개월간 의료계와 산업계의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제한적 초진 대상, 가산 수가 등이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에서 가장 첨예한 갈등을 부른 것은 소아청소년 환자 초진 여부다. 정부는 고심 끝에 주말·야간 등 취약시간대 소아 환자의 비대면 상담은 허용하면서 처방은 불가능한 중재안을 담았다. 야간과 휴일 갑작스럽게 진료가 필요한 소아 환자는 기존 대면진료 이력이 없더라도 비대면을 통해 증상을 설명하고 의학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지만, 처방전 발급은 이뤄지지 못하게 한 것이다. 처방까지 받으려면 직접 소아과를 찾아가거나 30일 이내 대면진료 이력이 있는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조치는 상담을 통해 응급실을 꼭 가야 하는지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의료계와 산업계 모두 만족하기 어려운 '반쪽짜리' 대안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플랫폼 기업이 참여하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야간·휴일 소아 환자의 비대면 처방 금지는 육아 가구의 고통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소아과 대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있는지, 시범사업안이 소아과 과밀화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되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반대로 의료계는 사실상의 초진 허용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소아청소년이라는 환자군의 특성상 비전형적인 증상과 그에 따른 빠른 대처를 위해 대면진료가 반드시 필요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접근성 및 편의성을 이유로 소아청소년에 휴일·야간에 국한한 비대면 진료 상담을 허용한 것은 유감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비대면진료에 참여하는 의료기관과 약국에 30%의 수가를 가산하는 방안도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정부는 '시범사업 관리료' 명목으로 진료비, 약제비에 30% 수준의 가산 수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수가가 올라가면 환자 부담금도 그만큼 올라갈 수밖에 없고, 건강보험 재정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이를 두고 의료계·의약계의 편의만 생각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소비자단체인 컨슈머워치는 "국민이 받을 수 있는 진료는 대폭 줄이고 의·약사들은 관리료 명목으로 건강보험에서 30% 추가 수가를 책정했다"며 "국민 세금과 비대면진료를 맞바꾼 행태는 소비자로서는 분통 터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원산협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도 원격진료 수가가 일반진료보다 높은 국가는 찾기 어렵다"면서 "비대면진료는 의료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든 누릴 수 있다는 편의성은 높이는 반면 재정적 부담은 줄이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비대면진료 수가 가산은 계도기간 이후 내지 정식 법제화가 이뤄지면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시범사업 기간 대상자 확인이나 자료 제출 협조 등 의료기관과 약국에 추가적 업무가 부여될 수 있어 가산 수가를 적용했다는 입장이다. 차전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본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수가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조정될 여지가 있고, 적절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