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구하고 유독가스 마셨는데…치료비 내라더라'

빌라 화재 현장에서 불길에 뛰어들어 이웃을 대피시킨 한 남성이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뒤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해야 했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람은 구했지만 돌아오는 건 후회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19일 기준 이 글 조회수는 15만이 넘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빌라 옥상 화재 사진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글쓴이 A씨(39)는 인천에 거주하는 한 집안의 가장이라고 밝히며 지난달 한 빌라에서 불이 난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한 빌라에서 불이 나자 119에 신고한 뒤 건물 1~5층을 돌아다니며 노인 8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A씨는 불기둥이 치솟고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아무런 개인보호장비 없이 3분가량 구조 활동을 펼쳤다. 이후 유독가스를 마시고 주저앉았고 이후 소방차 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뒤 응급 처치를 받고 안정을 취했다.

A씨는 병원에서 치료비를 요구해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름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치료 후 치료비를 내고 가라는 얘기에 황당함을 느꼈다"며 "저는 뭘 바라는 사람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나름 좋은 일을 했으니 '괜찮다'며 혼자 긴장을 추스르고 있었는데 치료비를 줘야 한다고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사람을 구하고 내가 다치면 내가 병원비를 내야 한다는 것을 정말 몰랐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구하고 아파서 소방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으니 치료비를 안 낼 줄 알았다"라며 "술 먹고 다친 사람들은 병원으로 이송해서 치료해주고, 돈 안 내고 가도 '어쩔 수 없다. 치료비는 세금으로 메꾼다'고 하던데 너무 어이없었다. 성격상 다음에도 또 이런 행동을 하겠지만 허탈하다"라고 말했다.

A씨가 겪은 화재는 지난달 4일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소방본부는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옥상에서 난 화제라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펌프차와 구급차 등 장비 17대와 50명의 인력을 투입해 5분 만에 불을 껐다. 이 불로 옥상 외벽 등이 소실돼 48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가 났다. 하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당시 빌라 옥상에서 불이 나 출동한 것은 맞지만 남성과 관련한 일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슈2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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