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항공사, 이제는 실적이 아니라 서비스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올해 1분기 항공업계를 표현하기에 이만큼 어울리는 사자성어는 없다. 항공업계는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힘들고 괴롭고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직원들은 돌아가면서 무급휴가를 가거나 직장을 떠났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린 직원도 있었다. 여러 항공사가 존폐위기에 몰렸다. 노조까지 항공사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을 정도다.

그랬던 항공사들이 올해 1분기 역대 최고의 실적을 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대형항공사(FSC)는 영업이익이 감소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객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 말 그대로 '고생 끝에 낙이 왔다'.

실적은 좋아졌는데 반대로 나빠진 것이 2개 있다. 하나는 서비스다. 항공사가 기내식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승객이 탑승 할 때 탑승객 숫자에 맞춰 비행기에 싣는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수량을 딱 맞춰 비용을 아끼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기내식에서 나온 이물질로 승객의 치아가 손상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안전도 문제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최근 국내공항 보호구역 내 지상안전사고 발생건수'를 보면 2019년 27건이던 사고 건수는 2020년 14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2021년 17건, 2022년 28건으로 2년 연속 늘었다. 올해 4월까지는 8건이다.

'여객이 급격하게 증가해서', '항공인력이 부족해서',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피하기 힘든 현상'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업의 특성상 한 번 사고가 나도 대형사고다. 또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항공권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돈 값에 맞는 서비스를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항공산업은 격변을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기 직전이다. 합병 후엔 업계 개편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격변기를 넘어 마지막까지 남을 수 있는 항공사는 어딜까. 물론 돈을 많이 버는 항공사가 최후의 승자다. 말하자면 지금 상황에선 사실상 모든 항공사가 승자다. 하지만 '안전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은 승승장구할 수 없다. 여유가 생긴 지금 미래를 위해 안전과 서비스에 투자해야 한다.

산업IT부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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