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유가 하락에 '신의 공간' 없앤다

엑손모빌, 임원 사무실 이전 추진
평사원 사옥으로 공간 통폐합
부서 개편·미술품 경매 비용절감 사활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던 미국의 석유 회사인 엑손모빌이 국제 유가 하락세에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최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본사에 있는 고위급 임원들의 사무실을 휴스턴 사옥으로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엑손모빌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댈러스 본사 내에 있는 임원 전용 사무실은 리 레이먼드 전 회장의 재임 시기 마련된 곳으로, 1858㎡(562평) 규모의 공간이 최고급 인테리어와 예술품으로 꾸며져 있다. 레이먼드 전 회장이 임원 회의를 이곳에서 주재하면서 댈러스 본사의 사무실은 소수의 임원만 거처할 수 있는 특별 공간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엑손모빌은 평사원들은 휴스턴 사옥에서 근무하도록 공간을 분리하고 델러스 사옥은 화려한 부자재로 치장해 회사의 건재함과 위력을 과시하기 위한 상징성으로 활용해 왔다. 이곳은 소수의 임원만 사용한다는 특성 덕에 '신의 공간'이라는 뜻의 '갓 포드(God Pod)'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WSJ은 "델러스 본사의 내부는 최고급 미술품 컬렉션으로 꾸며져 있으며 개인 요리사들이 임원들을 위해 식사를 제공한다"며 "이곳은 소수의 임원과 비서들만 사용하며 1990년대 지어진 최고급 호텔 같은 공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엑손모빌은 비용을 절감하고자 임원들의 사무실을 휴스턴 사옥으로 옮기고, 이곳을 새로운 본사로 대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댈러스 본사 내부의 미술품 일부는 경매에 부쳐졌으며, 휴스턴 사옥의 경우 공간 활용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사무실을 외부에 임대하거나 매각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최근 엑손모빌은 비용 감축을 위한 조직개편에 돌입했다. 금융 서비스와 인재 채용 복리후생 담당 부서 등 3개의 팀이 '글로벌 비즈니스 솔루션'이라는 이름으로 한 개의 부서로 통합된다.

지난해 고유가에 힘입어 557억달러(69조7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엑손모빌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유는 올해 국제유가 시장 전망이 흐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해 한때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로 인해 현재 70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83달러(1.17%) 하락한 배럴당 70.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엑손모빌은 올해 업황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다방면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비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2월에는 자체 공급망을 마련해 물류와 자재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으며 올해 말에는 글로벌 무역 업체들과 함께 원유와 천연가스, 석유제품을 함께 판매할 글로벌 무역 그룹을 만들 계획이다.

엑손모빌은 지난 2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고자 노력하지 않으면서 140년간 회사가 지속되길 바랄 수는 없다"며 "통합 부서 개편 등의 방안을 활용해 업계 최고의 수익을 낼 계획"이라며 비용감축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국제1팀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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