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관.종.]전자부품 전문 솔루엠, 삼성 의존도 줄이며 본격 성장

전자가격표시기기 등 제조…매출 매년 두 자릿수 성장
통신 기술력으로 글로벌 2위 사업자로…해외 투자 등 신사업 개척 속도

편집자주성공 투자를 꿈꾸는 개미 투자자 여러분. ‘내돈내산’ 주식, 얼마나 알고 투자하고 계신가요. 정제되지 않은 온갖 정보가 난무한 온라인 환경에서 아시아경제는 개미 여러분들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돼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한 주 동안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의 종목 조회 수 상위권에 오른 기업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협력사, 고객사, 투자사 등 연관 기업에 대한 분석까지 함께 전달합니다. 기업의 재무 상황과 실적 현황, 미래 가치까지 쉽게 풀어서 전하겠습니다. 이 주의 관심 종목, 이른바 ‘이 주의 관·종.’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번 주에는 삼성전기에서 분사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자기기 기업 솔루엠을 분석했습니다.

솔루엠은 2015년 삼성전기 디지털모듈(DM) 사업부에서 분사 설립된 전자부품 전문 제조 기업이다. 파워모듈, 전자가격표시기기(ESL), 3in1 보드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초기에는 주로 파워모듈을 주력으로 생산했다. 최근에는 유통사 수요가 급증하는 ESL 부문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솔루엠 주요 사업 부문

5년 만에 매출 3배로 증가

솔루엠은 3년 만에 매출이 3배 수준으로 늘어날 정도로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2017년 5000억원을 조금 넘어서던 매출은 지난해 1조6900억원으로 불어났다. 증권가의 올해 매출 컨센서스는 2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연평균 20~30%의 매출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에는 무려 47%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대손상각비를 반영하지 않은 이익 규모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17년 3억원 적자에서 지난해에는 흑자 규모가 1126억원으로 커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86억원 적자에서 75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비용을 제외한 수익성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가파른 실적 개선 추세를 입증했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5790억원과 50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 234% 증가했다. 조은애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 기준 1조6000억원 규모의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2분기에도 탄탄한 수주 잔고에 대한 매출 인식이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ESL 부문 가파른 성장

주력 제품인 ESL 부문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 ESL은 전자 패널(디스플레이)에 상품명·가격·바코드 등의 정보를 무선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기기다. 표시하고 싶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어 소매 및 재고관리 과정, 제조업 생산 공정 등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용도로 사용된다. 최근 월마트·테스코 등 글로벌 유통 기업들이 물류 및 소매관리 용도로 투자를 늘리면서 ESL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ESL은 글로벌 시장 침투율이 10%에 불과해 성장 속도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ELS 부문 글로벌 1위 사업자인 이마고 태그(SES IMAGOTAG)는 오는 2027년까지 지역별로 유럽(18%), 북미(55%), 기타 지역(43%) 등 매년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큐와이리서치코리아·마켓샌드마켓·모도인텔리전스 등 전문 리서치 회사들도 앞으로 5~6년간 ESL 시장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솔루엠은 ESL이 기존 전가가격 표시 기능을 넘어 통신이 필요한 모든 디스플레이 영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글로벌 유통사들뿐만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폭스바겐 등의 공장 및 물류센터, 병원의 환자 관리, 오피스의 주요 정보 실시간 갱신 등으로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론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 생산 공장에 스마트 솔루션으로 제공되기도 했다.

글로벌 2위 사업자로 우뚝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와중에 솔루엠은 ESL 시장점유율(MS)을 끌어올리면서 지난해부터 글로벌 3위에서 2위 사업자로 치고 올라왔다. 1위 사업자인 이마고태그의 점유율이 58%로 압도적인 가운데 2021년 10%대 후반 수준이던 점유율을 지난해 24%까지 끌어올렸다. 3위 사업자인 프라이서(Pricer)의 점유율은 솔루엠의 선방으로 1년 만에 24%에서 19%로 하락했다. 솔루엠의 점유율은 올해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ESL 사업 고성장은 신제품 ‘뉴튼’의 경쟁력 덕분으로 풀이된다. 솔루엠은 ESL에 무선주파수(RF) 광대역 통신 방식을 채택해 데이터 송·수신이 안정적이고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또 배터리 수명도 타사 제품 대비 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외주 생산하는 이마고태그와 달리 설계-제조-유통 등 모든 공급망을 수직계열화해 원가 우위와 더불어 고객사의 커스터마이징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보유하고 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통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덜고 옴니채널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ESL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면서 "ESL의 글로벌 시장침투율이 10% 내외에 불과해 향후 성장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 연구원은 "솔루엠의 ESL 부문 매출이 지난해 3550억원에서 올해 7600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워모듈·3in1보드’도 매출 성장 기회

ESL의 가파른 성장과 더불어 파워모듈과 3in1보드 사업에서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면서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솔루엠의 파워모듈 사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외 주요 고객사와의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서버와 모니터 전력변환 및 제어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 부품으로 시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TV·휴대전화·컴퓨터·노트북·조명·서버,전기차 충전기 등에 적용된다.

솔루엠은 최근 파워모듈 부문에서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파워모듈 사업은 원익피앤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베트남 국영 기업과 협력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국책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3in1보드는 TV 핵심 부품인 파워보드와 영상보드, 튜너를 하나로 통합한 제품이다. 3개의 부품을 하나로 만들어 원가 절감과 조립공정 단순화를 가능하게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고객사에 납품하며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LED 조명 시장의 성장과 함께 제어용 3in1보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공급사 다원화를 추구하면서 동양이엔피가 동일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채윤석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TV와 서버 시장의 부진으로 3in1보드와 파워모듈의 매출과 수익성이 올해 1분기에 저조했다"면서 "2분기부터 전방시장이 회복되고 새로운 신규 수요가 창출되면서 실적이 제한적으로나마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솔루엠은 해외 투자도 계속 늘리고 있다. 멕시코 현지에 자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지난 2월 멕시코 법인 솔루엠(SoluM USA Inc.)의 자회사에 388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하반기까지 완공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멕시코 신공장이 완공되면 전기차 충전기, 조명 등의 신규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낮은 대주주 지분율

솔루엠은 상대적으로 낮은 대주주 지분율이 지배구조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창업자인 전성호 대표 외 19인이 지분 15.6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이 5%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자사주 2.34%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2대 주주였던 삼성전기는 대량 매매(블록딜)로 갖고 있던 지분 9.30%를 매각했다. 삼성과의 지분 관계가 완전히 청산된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보유 지분을 모두 팔면서 대주주 우호 지분율이 낮아져 지배구조 안정성이 떨어졌다"면서 "지분이 소액주주로 분산돼 있어 당장 지배구조가 위태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경영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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