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전세사기 우려에…전세자금대출 ‘뚝’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전국 각지에서 빈발하는 전세사기 사건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24조87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조7346억원 감소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 감소세는 뚜렷하다. 5대은행 기준으로 지난해 9월께 약 134조2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반년 새 10조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

전세대출 규모가 줄어든 일차적 원인은 급등한 금리에 있다. 지난해 기준금리 급등으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 대신 월세로 이동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주택 임대시장에서 월세 거래의 비중은 50%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갭투자 열풍의 후과로 역전세 또는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전세대출을 꺼리게 하는 요소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전국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전년 대비 약 340% 늘어난 8294건에 달했다.

임차권 등기는 전세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세입자들의 임차권 등기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전세금 미반환과 관련한 분쟁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나 최근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전세사기 사건은 이런 기피 심리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국면, 집값 상승기엔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에게 전세는 윈윈일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다르다"며 "임차인으로선 이자와 리스크를 모두 감수하기보단 가격이 오름세더라도 월세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짚었다.

향후 전세시장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급매물이 소진되고 금리 안정세가 유지되면서 전세가격 하락폭 역시 둔화하는 추세이나, 쏟아져 나올 신규 입주 물량과 높은 금리 수준, 역전세 우려 등이 여전해서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수도권 및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입주 물량이 대기하고 있고,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을 고려한다면 전세시장 위축세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면서 ”강남권 및 인천 일부 지역에 대규모 신규입주 물량이 공급될 예정으로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역전세 우려는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금융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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