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차세대 배터리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기에 대한 견해 차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이 "2030년에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기 힘들다"고 평한데 비해 삼성SDI는 "2027년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한 것이다.
장학진 LG에너지솔루션 TI(기술지능)전략팀장은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넥스트 제너레이션 배터리 세미나(NGBS 2023)'에서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며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일본 기업들도 양산 시점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는 2030년에도 (상용화에 이르기)힘든 부분이 있다"며 "2030년까지는 리튬이온 배터리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안전하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아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사용되는 액체 또는 겔(Gel) 상태의 전해질은 온도에 따라 팽창하고 외부 충격으로 전해질이 누출될 시 화재가 발생한다. 반면, 고체 상태의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은 화재·폭발 가능성이 낮다. 분리막 등의 부품이 덜 들어가는 만큼 무게도 가벼워진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의 에너지 밀도가 ㎏당 255Wh 수준인데 반해 전고체 배터리는 이론적으로 ㎏당 495Wh까지 에너지 밀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비싼 고체 전해질 소재 ▲활물질과 고체 전해질 경계의 높은 저항(계면 저항)으로 인한 배터리 수명 단축 ▲고온·고압을 필요로 하는 제조 공정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과제를 안고 있다.
안지우 삼성SDI 중대형 전지 부문 차세대상품기획 그룹장은 전고체 배터리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안 그룹장은 "전고체 배터리는 안전하면서도 하이니켈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과 비교해 무게를 9%(준대형차 기준)까지 줄일 수 있을만큼 가볍다"며 "(삼성SDI는)2025년 중대형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027년 전고체 배터리 대량생산 체계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부터 경기도 수원 연구소 내에 '에스라인'으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해당 라인이 완공되면 하반기에는 샘플까지 생산할 예정이다.
안 그룹장은 삼성SDI만의 전고체 배터리장점에 대해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통한 에너지 효율 극대화 ▲출력·충전 우수한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스태킹(배터리 소재를 층층이 쌓는) 공법 ▲리튬 덴드라이트(배터리 사용시 음극재에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이 생기는 현상)를 방지하는 '새로운 음극' 기술을 꼽았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두 회사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 생산·연구개발의 '비싼 비용'에는 공감하면서도 상용화 의지는 다르게 드러냈다. 다만, 현재 LG에너지솔루션도 전고체 개발에 나서고 있고 2030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 팀장은 현재 배터리·전기차 업계의 흐름은 비용 절감을 위한 혁신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팀장은 "100년전 포드가 차량 가격을 4분의1 수준으로 내린 모델T를 출시하면서 자동차 시장을 재편했다. 모델T 출시 이후 20년만에 자동차 기업의 수는 265개에서 44개로 줄어들었다"며 "최근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전략도 시장을 재정비하려는 의도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배터리가 제일 중요할 것"이라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공정 혁신을 통해 이 흐름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2035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대수를 약 8000만대,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2023년 687GWh에서 2035년 5.3TWh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5년 6160억달러(약 815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전망치(1210억달러)의 5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