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기자
1분기 실적 발표 시기가 다가오면서 보험사들이 분주해지고 있다. 새로운 회계 기준 IFRS17을 처음 적용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채, 이익 등 각종 지표를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면서 회사 안팎에서 좀처럼 새 성적표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올해 1분기부터 'IFRS17'을 적용한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IFRS17은 보험부채에 포함된 모든 위험을 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한다. 또한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보험계약으로 발생하는 미래수익을 매년 나눠서 인식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 개념도 도입됐다.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 상품은 시가로 평가되면서 변동성이 더 커졌다. 기업의 기초체력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손익 인식 구조와 재무제표 구성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특히 IFRS17은 여러 국제 회계기준 중에서도 까다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IFRS17을 완성하기까지 20년 이상 소요됐다. 통상 회계기준이 만들어질 때 5~6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3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던 난해한 기준이라는 반응이다. 신병오 한국딜로이트그룹 보험산업리더는 "미래를 예측한 부채와 당기 손익계산서의 실적 간의 관계, 자산과 부채의 완벽한 매칭, 관리회계 수준으로 재무회계를 세분화해서 분석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익의 원천과 변동성의 원인을 추적할 수 없다"며 "보험사들이 IFRS17 적용 시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첫 성적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상품마다 만기도 다르고 가입 시기도 달라 실적에 반영하기 위해 세세하게 발라내는 작업이 무척 많다"며 "회사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적을 바라보는 틀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예년과 비교해 이번 실적이 어떻게 나아지는지 가늠이 잘 안 된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사는 더욱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중형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사는 대규모 재무 관련 인력을 꾸려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겠지만 중소형사는 애초에 규모 자체가 작아 일손이 무척 부족한 상황"이라며 "신계약을 따왔더니 일만 더 늘렸다는 핀잔을 받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증권가에서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실적 평가 기준이 달라지면서 과거 대비 성장성을 가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각 증권사에서는 IFRS17에서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보험이 많은 손해보험사들이 다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는 있지만 세부적인 실적 전망치는 좀처럼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 등 일부 대형사들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할 때 IFRS17을 적용한 결과물도 함께 공개했지만 기업별로 CSM 적용 기준이 달라 기준으로 삼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증권사 금융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내부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밖에서 바라보는 입장인 애널리스트들 더욱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어떤 실적 추정 모델을 사용할지, 어떤 근거를 제시할지 감도 안 잡히고 있어 서로 실적을 섣부르게 추정하기 어려워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만 이같은 '성장통'을 겪고 IFRS17이 안착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도 보다 기업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채를 시가평가하면 자본이 늘어나게 돼 지급여력비율 때문에 증자를 단행하거나 부동산을 울며 겨자먹기로 매각하며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 줄어들 것"이라며 "회사 자체는 똑같은데 규제를 맞추기 위한 불필요한 비용이 없어지니까 앞으로 '실력'을 더욱 비교하기 용이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