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확인된 '비만의 역설'…'BMI·근육량 높은 대장암 환자 예후 좋아'

만병의 근원으로 꼽히는 비만이 암 환자 등에 있어서는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이른바 ‘비만의 역설’을 드러내는 연구 결과가 또 한 번 제시됐다. 국내 의료진이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비만도(BMI,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치료 예후가 좋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근육량과 BMI가 함께 높아지면 사망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내 암 환자라면 체중 유지와 근육량 증가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안중배·김한상 교수, 연세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박유랑 교수, 세브란스병원 서동진 인턴 연구팀은 대장암 진단 후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 근육량을 증가시켜 BMI를 높이면 사망 위험을 32%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JMIR 공공보건 및 감시(IF 14.557)’에 발표했다. 비만과 근육량 두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 암 환자 예후를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서 2010~2020년 치료받은 대장암 환자 4056명을 대상으로 대장암 진단시점과 진단 후 1년차, 3년차, 6년차의 BMI와 근육량 변화가 환자 예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BMI와 근육량이 일정하게 유지된 군(생존 상대 위험도 1)을 기준으로 BMI와 근육량이 모두 증가한 경우 상대적 사망위험이 32%(0.6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두 가지 모두 감소했을 때는 사망위험이 73%(1.73) 높았다.

특히 근육량은 증가하고 비만도는 감소한 군에서도 기준값과 비교하면 상대적 사망위험이 43%(1.43) 높았고, 근육량은 감소하고 비만도가 높아진 군에서도 상대적 사망위험이 9%(1.09) 높았다. 다시 말해 체중과 함께 근육량도 증가해야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안중배 교수는 “암 환자의 경우 체중이 감소하는 것보다 오히려 증가하는 것이 중요하며 근육량도 빠지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하는 게 기대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항암치료 뿐만 아니라 운동 치료와 건강한 생활습관 개선 등을 통해 암 환자들의 기대수명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암 환자 치료 예후에 있어 체중 관리의 중요성은 그간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지난해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비만 환자의 암 수술 후 사망 위험이 정상 체중이거나 마른 환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환자(BMI 25 이상)의 경우 사망 위험이 정상체중(BMI 18.5~25 미만) 환자보다는 31%, 저체중(BMI 18.5 미만) 환자보다는 62% 감소했다. 특히 같은 비만 환자 중에서도 BMI 30 이상인 경우만 따로 추렸을 때 정상체중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43% 낮았다.

다만 이 같은 ‘비만의 역설’은 암종과 환자 성별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특히 비만에 따른 호르몬과 밀접한 유방암이나 부인암 같은 여성암은 비만의 역설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체력적 부담이 큰 암 수술의 경우 저체중보다 비만일 때 상대적으로 기력을 회복하는데 용이한 측면이 있고, 힘겨운 치료 과정을 이겨낼 체력을 갖춘다는 점에서 암 환자라면 체중을 유지 또는 증가시키고 근육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바이오헬스부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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