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희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칭송' 발언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오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연일 저격하고 있다. 29일과 전날(28일) 두차례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총선에 아무런 도움 안 된다"며 김 최고위원을 제명하라고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홍 시장은 김 최고위원이 '5·18 정신 헌법 수록 불가' 발언으로 논란이 됐을 때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함부로 지껄이는 벌구(거짓말쟁이)는 당에 해악을 가져오기 때문에 당을 위해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과 김 전 최고위원의 안 좋은 관계는 정치권에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2022년 4월19일 오후 대구 수성구 두산동 TBC 대구방송에서 열린 '제8회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김재원 전 최고위원, 홍준표 의원, 유영하 변호사가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두 사람의 틀어진 관계가 노출된 건 2022년 대선 전후였다. 홍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고, 김 최고위원은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을 맡고 있었다.
당시 김 최고위원은 한 유튜브 방송에서 '홍준표의 당선 가능성은 별로일 것 같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고, 홍 시장 측은 '당 지도부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반발하며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회부를 요청했다. 이후 김 최고위원은 홍 시장에게 사과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되지 못했다.
이후 홍 시장은 김 최고위원이 박근혜 정부 말기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점을 거론하며 "보수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장본인"이라고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다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충돌하게 된 건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였다. 홍 시장과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맞붙었다.
그러나 후보가 확정되기까지 공천 룰을 놓고 극심한 당내 갈등이 빚어졌다. 당시 국민의힘은 현역 의원에 대해 10%, 무소속 출마 이력이 있는 경우 15%의 감점 부과하는 공천 룰을 적용했는데, 홍 시장의 경우 두 가지 룰 모두에 해당해 총 25%의 감점을 적용받게 됐다.
홍 시장은 공천 룰이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이 공천 룰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 최고위원이 소속된 최고위에서 결정됐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선거에 출마하는 김 최고위원이 공천 룰에 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결국 국민의힘은 규정을 완화했고 홍 의원은 10%의 감점만을 적용받게 됐다.
홍 의원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49.46%의 득표율 얻어 김 전 최고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 유영하 변호사를 누르고 최종 후보로 확정돼 당선을 거머쥐었다. 공천 경쟁은 같은 당내에서도 원수를 만들어 내는 치열한 전쟁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