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중에 갑자기 '펑'…지하주차장이 순식간에 지옥으로

전기차 화재 증가에 대형참사 우려

최근 전기차 화재사고가 증가하면서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시설 화재에 대한 시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 지하주차장은 폐쇄적이고, 차량이 밀집돼 있어 2차 화재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소방차 진입도 어렵고, 인화성 유독가스 발생 등으로 지상보다 화재진압이 힘들다. 전기차 점유율이 늘면서 주차장 내 충전소 보급률도 증가하는 만큼,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9월 경북 안동시 경북소방학교 훈련장에서 전기자동차 화재 때 진압기법을 연구하기 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9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정부는 단기적으로 전기차 1회 완충 비율을 85% 내외로 제한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상 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지하 충전시설이 늘면서 화재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2021년 11월, 충주시 호암동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 불이 났다.

화재 차량은 아파트 관리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가 1차 진화한 뒤, 외부로 옮겨져 배터리를 식히는 냉각 작업을 거처야 했다. 지하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진압이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소방청이 발표한 '최근 3년간 연도별 전기차 화재 현황'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기차 화재는 총 44건 발생했다. 2020년에는 11건, 2021년에는 24건이 발생해 매해 두 배가량 꾸준히 증가했다. 장소별 화재 건수는 일반·고속·기타 도로가 43건(54.4%)이지만, 충전 등을 위해 주차 중에 발생한 화재도 29건(36.7%)에 달한다.

지하주차장은 특성상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화재진압을 위한 이동식 수조를 설치할만한 공간이 부족하다. 전기차 화재는 대부분 배터리 온도가 1000도까지 올라가는 현상에서 비롯되는데, 배터리를 냉각시켜 불을 끌 수 있는 이동식 수조가 필수적이다.

또한, 좁은 공간에 차들이 빽빽이 주차돼 2차 사고 등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화재 시 연기가 빠져나가기도 어렵다. 환기가 잘 안 되는 실내에 배터리 화재로 발생한 인화성 유독가스가 가득 차면 2차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화재 위험시 진압이 쉽지 않은 전기차 충전시설이 지하에 꾸준히 설치되는 추세지만, 안전 설비 규정이 없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기차와 관련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의 총 16개 조항은 친환경차 개발과 보급에 중점을 둘뿐 화재와 안전에 관한 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지하에서 발생하는 화재 관련 행정규칙인 '지하구의 화재안전기준', '소방법' 등에서도 관련 내용은 없다고 지적됐다.

지난 1월 10일 오후 세종시 소정면 운당리 국도 1호선을 달리던 테슬라 전기차가 화재로 전소돼 뼈대만 남아있다. [사진출처=세종소방본부 제공]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장·단기적인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전고체 배터리 등 기술적 혁신이 이뤄지기 전 1회 충전 주행거리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완충 비율을 85% 내외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 화재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지상 및 지하주차장 입구와 가까운 곳에만 충전소를 설치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며 "지하 내 전기차 충전설비 설치에 대한 화재 안전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슈2팀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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