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2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다른 일반적인 선진국보다 약 3~4년가량 짧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의 '심각한 건강 불균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기대수명의 슬픈 상태"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NPR은 "미국의 기대수명은 2년 연속 하락해 76세를 기록했다"라며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코로나19 감염세가 심각했던 2020~2021년 당시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기대수명이 감소했다. 이후 백신이 보급되면서 다른 선진국은 금세 이전의 기대수명을 회복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는 게 NPR의 설명이다.
미국의 기대수명이 76.1세를 기록한 것은 1996년 이후 처음이다. 기대수명은 지난 수십년간 점진적으로 개선돼 왔으나, 최근의 부진으로 순식간에 27년 전으로 후퇴해 버렸다.
또 NPR은 "미국의 산모 사망률도 2021년 급증했다"라고 지적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보건통계센터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사망한 임산부는 1205명이다. 2020년(861명)보다 40%가량 증가한 수치이며, 1965년 이후 56년 만에 최대치다.
어째서 선진국 중 유독 미국인의 건강만 악화하는 걸까. NPR은 최근 '미국의학협회저널'에 실린 논문을 인용해 그 원인을 '건강 불이익'에서 찾았다.
이 논문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는 다른 고소득 국가보다 5세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더 낮다. 심지어 건강한 습관을 지닌 미국인도 다른 날 또래 아이보다 질병 발생률이 높았다. 이에 대해 매체는 "미국의 건강 불이익"이라고 꼬집었다.
논문 저자는 "미국인은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이 어렵다"라며 "아동빈곤, 인종차별, 사회적 고립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약물 과다복용 ▲교통사고 ▲폭력 사건 ▲총기 사고 등도 미국의 평균수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봤다.
특히 약물 문제에 대해선 "미국의 제약 회사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며 "다른 나라의 경우 약물을 더 강하게 규제했기 때문에 비교적 문제가 적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 보건당국은 약물 오남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중증 질환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중독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CDC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펜타닐 오남용은 이미 18~49세 미국인 사망원인 1위로 올라섰다. 2021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1년간 무려 7만5000명의 환자가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더 많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