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서울시가 시내 하천과 둘레길에 야생 너구리가 먹을 '어묵'을 뿌릴 예정이다. 이 어묵 안에는 야생동물 광견병 미끼 백신이 들어있다.
서울시는 27일 야생 너구리 광견병 방지용 백신을 양재천, 안양천 등 시 경계 하천 인근에 살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살포되는 백신은 약 3만7000개에 달한다.
너구리.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광견병 백신은 네모난 모양으로 자른 어묵 안에 집어넣는 미끼 방식이다. 서울 외곽을 총 145㎞로 에워싼 차단 띠 형태로 살포된다. 살포 지역은 야생 너구리의 주요 서식지인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관악산, 용마산, 우면산, 대모산, 개화산 및 양재천, 탄천, 안양천 등이다.
미끼 예방약은 이미 60종의 동물에 대한 안전성 실험으로 입증된 약품으로 전해졌다. 먹이 안에 든 백신을 야생동물이 먹으면, 잇몸 점막을 통해 면역이 유도돼 광견병을 예방할 수 있다.
개나 고양이의 경우 미끼 예방약을 먹어도 건강에 이상은 없지만, 광견병 백신을 직접 주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인 것으로 전해졌다.
살포되는 미끼예방약 모습. [이미지출처=서울시]
너구리는 박쥐와 함께 광견병의 주요 종숙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야생 너구리는 산지에 주로 서식하고, 시민들이 이용하는 등산로에서도 자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이 크다.
2006년 9월에는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서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너구리 사체가 발견되면서 도심에서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미끼 백신을 살포하는 방식으로 광견병을 예방해 왔으며, 그 결과 현재까지 단 한 번의 광견병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산행 중 살포된 야생동물 광견병 미끼 예방약을 발견하더라도, 이를 만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 사람이 손으로 만진 미끼에는 체취가 묻어 야생동물이 섭취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살포 30일 후 섭취되지 않은 미끼 예방약은 시 당국이 수거한다.
한편 광견병에 걸린 동물은 쉽게 흥분하거나 과민, 공격 성향을 보인다. 입가에서 거품 침을 흘리거나, 심하면 의식불명을 일으킬 수 있다. 반려동물은 야외 활동 시 반드시 목줄을 착용해 야생동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반려동물이 광견병 의심 동물과 접촉했을 때는 방역 당국에 신고한 뒤 동물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