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장자>가 말해주듯, 만족할 줄 알면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게 된다. 장자 가운데 '양왕(讓王)'편에 실린 이 글귀는 공자와 안회의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공자가 안회에게 묻는다.
"안회야. 이리 오너라. 너는 집은 가난하고 지위는 낮다. 벼슬길에 한번 나아가보는 것이 어떤가?"
안회가 답한다.
"저는 벼슬살이를 원하지 않사옵니다. 저는 성곽 밖에 오십 무(畝)의 밭이 있어, 족히 죽 정도는 끼니로 삼을 수 있고, 성곽 안에 열 무의 밭이 있어, 삼베옷은 충분히 만들어 입을 수 있습니다. 또한 거문고를 타며 스스로 재미를 찾을 수 있고, 선생님께 배운 도(道)로 스스로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벼슬살이를 원치 않습니다."
이 대답을 듣고는 공자가 얼굴빛을 바꾸고 말한다.
"좋구나! 너의 생각이. 내가 듣기로는 '만족할 줄 아는 자는 이해타산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고, 살펴 스스로 얻어낸 자는 그것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내면이 잘 닦여진 자는 지위가 없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내가 이 말을 중얼거리며 외워온 지 오래되었으나, 이제 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실천하는 것을 보게 되니, 이것이야말로 내가 얻은 것이다." <장자(莊子) - 잡편(雜篇)>
내 친구 누군가의 아파트, 내 동료 누군가의 슈퍼카, 내 이웃 누군가의 통장 잔고가 부러운 것은 당연한 마음이다. 다만,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의식주가 과거 어느 시대에는 최상위 지배계층이나 누리던 호사였음을 되새겨보라. 평범한 우리는 살펴 스스로 얻어낸 것도 별로 없고, 내면이 잘 닦여 있지도 않다. 하여 늘 남과 비교하며 우쭐대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기왕지사 비교가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서 피해갈 수 없는 것이라면, 비교 대상의 스펙트럼이라도 조금 넓혀보자. 시간을 거슬러 올라 당 현종이나 진시황과도 견주어보고, 저 멀리 네로 황제나 태양왕 루이 14세와도 어깨를 나란히 해보자는 말이다. 시야를 넓히고 시선을 돌리면, 안회의 저 마음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의 통장 잔고 때문에 나 자신을 괴롭히지는 말자. 그럴 시간에 무시로 주어지는 에어컨 바람과 빙수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김훈종, <논어로 여는 아침>, 한빛비즈, 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