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주상돈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경제가 중국의 성장 반등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보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낮추고, 내년 성장률은 2.3%로 조정했다. 반면 세계 경제는 앞선 전망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OECD는 매년 2회(5~6월, 11~12월) 세계경제와 회원국, G20 국가에 대한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3월과 9월엔 세계경제와 G20 국가만 대상으로 중간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17일 OECD는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1.6%로 지난해 11월 전망 대비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지난해 12월)와 한국은행(올 2월)의 전망치와 같다.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0.4%포인트 상향 조정해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우리나라가 호주와 함께 중국 성장 반등의 수혜를 볼 것으로 보면서 이 수혜가 타이트한 금융여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축소될 것으로 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OECD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0.2%포인트 하향했지만, 내년 0.4%포인트 상향해 전체적으론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올 하반기부터 한국 경제가 중국 경제 반등의 수혜를 보고, 이 수혜 영향이 2024년 성장률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고 전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2023년 물가상승률은 3.6%로 지난해 11월 전망 대비 0.3%포인트 하향 조정했고, 2024년 물가상승률은 2.4%로 0.1%포인트 상향했다.
OECD는 세계경제가 2023~2024년에 걸쳐 완만하게 회복하고,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2023년 2.6%, 2024년 2.9%로 전망해 지난해 11월 전망 대비 각각 0.4%포인트, 0.2%포인트 올려 잡았다.
OECD는 미국은 통화긴축에 따른 수요압력 완화로 점차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5%에서 1.5%로 상향했지만 내년 성장률은 1.0%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유로존은 에너지가격 안정으로 올해 0.8%, 내년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는 올해 5.3%, 내년 4.9% 성장할 것으로 봤다.
OECD는 에너지·식량 가격 하락에 따른 구매력 상승으로 경제활동과 기업·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고, 중국의 완전한 리오프닝으로 글로벌 상품·서비스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 등 인접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관광 재개의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또 팬데믹 이후 가계 저축률 완화로 인해 수요가 뒷받침될 수 있으나, 가파른 금리인상 여파가 은행 부문에서 가시화되는 등 더욱 타이트해진 금융여건은 민간투자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G20 평균 물가상승률을 2023년 5.9%, 2024년 4.5%로 전망해 앞선 전망 대비 각각 0.1%포인트, 0.9%포인트 낮췄다. 글로벌 성장둔화와 에너지·식량 가격 안정세, 주요국 통화긴축 효과 등으로 인플레이션은 점차 안정화할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OECD는 세계경제 여건에 대한 개선된 전망은 여전히 '취약한(Fragile)' 기반에 놓여 있으며, 상·하방 리스크는 최근 균형된 모습이나 아직 하방리스크가 다소 우세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신흥국 식량안보 약화, 공급망 분절 심화 등이 성장·물가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및 기업 부담 가중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금융기관 불안 및 가파른 주택가격 하락 등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SVB 사태에서 나타나듯이 시장금리와 채권가격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해 금융기관의 비즈니스 모델이 더 높은 만기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점을 지적하며 글로벌 금리상승에 따른 신흥국 부채와 재정적자 확대 위험 등을 우려했다.
OECD는 향후 정책방향으로 통화긴축, 취약계층에 집중된 재정정책, 구조적 개혁 노력 재개, 기후위기 등에 대한 공동대응 등을 권고했다. 물가압력 완화 신호가 뚜렷해질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지속하면서 미국과 유로존 등 대다수 국가에 추가 금리 인상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OECD 높은 에너지·식량 가격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취약계층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재정정책 활용을 권고했다. 또 생산성 향상과 공급제약 완화를 위해 기업 역동성 제고, 국경 간 교역장벽 완화 및 인적교류 활성화, 유연하고 포용적인 노동시장 조성 등 구조적 개혁 노력을 재개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