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의 추가 인하를 요구하는 유럽연합(EU) 일부 국가들의 요구와 관련해 그럴 의향이 없음을 직접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정부에서는 가격상한선 추가 인하시 발생할 수 있는 러시아와의 긴장고조와 에너지 수급 악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일 백악관을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을 추가로 낮출 의향이 없다고 직접 밝혔다"며 "상한 인하를 주장하던 유럽국가들의 희망이 좌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는 EU회원국과 G7 국가들이 지난해 12월5일부터 실시해왔으며 당시 배럴당 60달러로 결정된 이후 줄곧 해당 상한선을 유지하고 있다. EU와 G7국가들은 매 2개월마다 상한선을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으며 지난달에도 우크라이나와 일부 국가들의 상한선 추가 인하 움직임이 있었지만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이후 러시아의 대외 석유수출은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달 초 러시아 재무부 집계에서 에너지판매를 통한 세수는 전년동기대비 50% 이상 줄어들었다.
가격상한제 제재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러시아 인접국들은 앞다퉈 상한가격을 추가 인하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3개국이 상한가를 기존 60달러에서 약 5% 내린 51.45달러로 낮추자고 EU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인하 거부 의사로 실제 추가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G7 주도국가인 미국의 반대로 유럽 주요국들도 이에 맞춰 상한가 유지를 결정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있어야만 상한가 인하에 나설 수 있는 EU 역시 의견통일을 이루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미국정부는 러시아와의 지나친 외교마찰을 막고 인플레이션 악화 우려에 따라 상한가 추가 인하를 거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상한가를 낮추지 않으면 아예 제재 효용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에디 피쉬먼 콜롬비아대학 글로벌에너지 정책센터 수석연구원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가격상한제는 러시아의 G7 수출 유지에 달려있기 때문에 영원히 지속되기는 어렵다"며 "러시아의 수입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지금 쓸 수 있는 지렛대를 활용해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