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기자
“과거 '오페라의 유령'과 한국 관객이 연인 관계였다면 이제는 부부 사이다.”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협력연출을 맡은 라이너 프리드가 전한 말이다. 초연 이후 21년만에 세 번째로 성사된 한국어 프로덕션 공연을 앞둔 상황에서 그는 “2001년 한국 초연 이후 한국어 공연이 2번,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3번 열렸다”며 “한국은 코로나 시기에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오페라의 유령’ 공연이 오른 나라다. 또한 한국만큼 이렇게 자주 공연된 나라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국내 뮤지컬 시장 성장의 기폭제 역할로서의 ‘오페라의 유령’을 강조했다. 그는 “2001년 첫 번째 한국어 공연을 올릴 당시 한국 뮤지컬 시장은 굉장히 작았지만 당시 ‘오페라의 유령’으로 뮤지컬 붐이 일면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듣고 보지 못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뤄냈다. 그 점이 굉장히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지금껏 세계 188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1억4500만명이 관람했다.
이번 공연은 원작 뼈대에 여러 변화를 줬다. 제작사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오리지널리티 구현이 목적이지만 이번 시즌을 위해 영국에서 새로운 세트를 준비했다”며 “상징적인 샹들리에를 포함해 오페라의 유령이 배를 타고 들어오고, 촛대가 올라가는 마법 같은 장면도 새롭게 셋업했다. 미술관을 옮겨 놓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어 가사의 매끄러운 번역도 주목할 점이다. 신동원 대표는 “앞서 2001년과 2009년에는 저희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요소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한국 문화에 맞게 배우들이 연기하기 편한 방식으로 유연한 변화가 이뤄졌다”며 “이전 작품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큰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라이너 프리드 연출 역시 “번역할 때 어떻게 원문보다 더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배우와 스태프에게도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잘 전달될지를 많이 물었다”며 “억지스럽지 않고 문화적으로 자연스럽게 만드는 과정이 몹시 흥미롭고 성취감도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오페라의 유령 역은 조승우, 최재림, 김주택, 전동석이 맡는다. 국내 공연에서 더블(2명), 트리플(3명) 캐스팅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에는 무려 4명이나 캐스팅됐다. 이와 관련해 라이너 프리드는 사실 “피곤하다”고 농담을 건네면서 “실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 점이 우려돼 초반 연습 시간을 늘리는 등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배우들이 서로 가르쳐주고, 응원하고, 인내하면서 오히려 수월했다”고 말했다.
이번 첫 공연은 서울에 앞서 부산에서 먼저 막을 올리는 점도 이색적이다. 신동원 대표는 “지역 공연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과거 부산에는 마땅한 공연장이 없었으나 이제는 뮤지컬 전용 극장인 드림씨어터 등이 생기면서 관객 니즈가 충족됐다고 생각한다”며 “부산이 대한민국 남부를 책임지는 문화 마켓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전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공연은 오는 30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후, 7월14일부터는 서울 샤롯데씨어터로 자리를 옮겨 관객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