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애국 소비 바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무릎을 꿇었다. 미·중 갈등에도 중국 시장에 공을 들였지만,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 역시 0%대의 점유율에 머물렀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애플과 삼성이 중국 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4일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아이폰 14시리즈 출시 후 중국 시장에서 줄곧 판매 1위를 차지해 애플이 1월부터 판매량 기준 2위로 떨어졌다. 점유율은 지난해 말 22%에서 올 1월 19%로 내려갔다. 애플 아이폰 핵심 생산기지인 정저우 공장의 운영에 차질을 빚어 애플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판매량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자리를 국 스마트폰업체 비보가 차지했다. 비보는 점유율 20%대다. 연말 신제품을 출시하고 춘절 기간을 맞춰 프로모션을 진행해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1월 판매량은 2959만대로, 작년 12월보다 41% 증가했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 방역 정책 변화로 인해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살아났다. 춘절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전월 대비 늘었다. 하지만 이 기간 애플 판매량은 22% 줄었다. 애플이 이례적으로 아이폰14 시리즈 가격을 15만원 가까이 할인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판매량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보는 인기 모델 'S16' 출시로 판매량이 전월 대비 53%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역시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2013년 20%에 육박했던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사드와 갤럭시노트7 폭발사태 등 굵직한 사건 사고로 2019년 0%대로 급락했다. 하지만 점유율은 0.6%다. 노태문 삼성전자 MX 사업부장(사장)은 지난해 열린 '갤럭시 언팩 2023' 행사에서 "2021년보다 2022년 (중국 시장) 점유율이 조금 올라갔다"면서 "노력과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해서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 유수의 기업이 중국 시장에 맥을 못 추는 배경에는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궈차오)가 있다. 중국과 유행을 합성한 단어로, 외국산 말고 자국산 쓰자는 애국주의 소비 운동이다. 1990년 이후에 태어난 20~30대 젊은 층이 이 운동의 중심에 서 있다.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애국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다. 기업들은 가성비 제품에서 프리미엄으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샤오미와 화웨이는 180만~220만원에 달하는 고가 스마트폰을 지난해 말 출시했다.
강민수 카운터 포인트 리서치 연구원은 "정저우 사태로 인해 공급이 제한됐던 프로시리즈가 쏟아져나와 연초에 상당 기간 좋은 판매량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아직은 그런 동향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시장의 전반적인 회복이 없이는 올 한 해 아이폰 판매도 늘어나기 쉽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