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전쟁사]러시아가 간과한 병참 보급루트…촘촘한 우크라 철도망

바이든 및 서방지도자 방문통로…'강철외교'
개전 직후 철도 폭파…러 병참선 확보 실패
유류 운송 실패에 멈춰선 탱크…엎어진 작전

편집자주[뉴스in전쟁사]는 시시각각 전해지는 전세계의 전쟁·분쟁 소식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알려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입니다. '뉴스(News)'를 통해 현재 상황을 먼저 알아보고, '역사(History)'를 통해 뉴스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하며,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시사점(Implication)'을 함께 제공해드리겠습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여러분 곁으로 찾아가며, 40회 이후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극비리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습니다. 이때 폴란드에서 키이우까지 10시간동안 우크라이나 철도편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는데요. 이미 수많은 서방국가 지도자들이 이 철도를 통해 키이우를 방문했지만 모두 무사히 방문 일정을 마치면서 우크라이나 철도 시스템의 저력 또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 2위의 군사대국인 러시아의 침략을 막아내는데도 철도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알려져있죠. 서방으로부터 지원받는 모든 물자와 전선으로의 병력수송, 주민들의 피란까지 모두 우크라이나의 철도망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반대로 전쟁 초반 철도망 장악에 실패한 러시아는 병참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전쟁 초반 전 세계로 보도되며 국제적인 망신으로 남은 러시아군의 졸전도 모두 우크라이나의 철도망 장악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군량과 탄약은 물론 탱크를 움직일 연료 등 기본적인 물자조차 제대로 보급하지 못한 러시아군은 전쟁 경험과 능력, 무기와 전략 등 모든 면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압도적인 위치에 있음에도 결국 조기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만 것이죠.

◆뉴스(News) : 바이든 키이우 방문 가능케 한 '강철외교'

[이미지출처=우크라이나 철도(Ukraine railways) 트위터]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사건은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깜짝 방문이었습니다. 그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비행기편으로 폴란드까지 이동한 후, 폴란드에서 키이우까지 1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이동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화제가 됐는데요.

우크라이나의 국영 철도 기업인 '우크라이나 철도(Ukrainian railways)'의 대표는 모든 직원들이 이 역사적 방문을 성사시킨 것에 매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죠.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철도 최고경영자(CEO)인 올렉산드르 카미신은 CNN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열차를 이용했던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며 해당 열차는 '레일포스 원(Rail force one)'이라 부르고 있다"며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 300명 이상의 대표단이 우리 열차를 이용했고, 우리는 이 정상들을 안전히 수송하는 임무를 '강철외교(Iron Diplomacy)'라 부른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우크라이나 철도는 세계에서 6번째로 큰 철도운송업체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 시절부터 곡창지대의 곡물을 수송하기 위해 촘촘히 철도망을 깔았고, 현재 약 2만km에 가까운 철도망을 보유하고 있죠. 그래서 전쟁 초반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에 퍼진 이 거대한 물류 동맥을 장악하는 것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전몰장병 추모의 벽 앞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하지만 러시아군은 생각보다 이 철도를 경시했는데요. 우크라이나 통신사인 우크린포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철도와 군 당국은 개전 직전인 지난해 2월20일께 부터 러시아와 연결된 철도들을 모두 파괴하고 있었지만 러시아군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러시아군이 4일 뒤인 24일부터 진격하기 시작했을 때, 우크라이나군은 1차 수비선까지 물러났지만 러시아군이 쓸 수 있는 철도는 남아있지 않았죠.

보급품 수송이 불가능해진 것을 파악한 러시아군은 군인들에게 한달치 보급품을 한꺼번에 지급했습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전쟁 초반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을 거쳐 키이우로 진격한 약 3만명의 러시아 부대는 개전 이틀 전인 2월22일에 막대한 양의 보급품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걸 다 짊어지고 전투에 뛰어들 수 없었던 군인들은 대부분 받은 보급품을 벨라루스 암시장에 팔아버렸고, 가벼운 군장만 한 채 전장으로 향했다고 알려져있죠. 러시아군은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보급 문제를 안고 시작한 셈입니다.

이 보급 문제는 전쟁 초기 러시아군의 발목을 잡게 되는데요. 벨라루스 인근에서 곧바로 키이우를 공습한 선봉부대와 여기서 약 70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진격을 시작한 본진 기갑부대가 유기적인 공격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죠. 선봉부대는 제대로 된 병참선을 확보치 못하고 우크라이나군 수비대와 싸우다가 결국 교두보 마련에 실패했습니다. 기갑부대는 철도를 통한 유류보급을 받지 못해 결국 탱크를 버리고 걸어서 행군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2000대가 넘는 탱크가 길바닥에 버려졌습니다.

◆역사(History)1 : '살수대첩' 수나라군 상황과 비슷한 러시아군

박각순 화백이 1975년 완성한 민족기록화 '살수대첩'.[이미지출처=전쟁박물관]

여기까지 개전 초반에 나왔던 뉴스들을 살피다보면 우리 국사 교과서에서 배웠던 '살수대첩'이 생각나실 겁니다. 살수대첩 때 수나라군도 러시아군과 마찬가지로 보급 문제를 안고 전쟁을 시작했었는데요.

수나라 역사를 기록한 수서(隋書)에 따르면 서기 612년, 중국을 통일한 수나라 양제는 113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공했었죠.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수 양제는 지휘관인 우중문에게 별동대 30만명을 이끌고 고구려의 수도 평양으로 진격하라고 명합니다. 고구려의 방어선을 뚫고 중심부까지 깊숙이 들어가는 이 작전은 매우 위험한 작전이었죠.

일단 보급선이 차단된 채로 대군이 진격해야했기 때문에 우중문은 병사들에게 최대한 많은 보급품을 지급하라고 명합니다. 당시 우중문은 병사들에게 1인당 3섬(약 80kg)에 달하는 무기와 군량, 말에게 먹일 건초를 들고 진격하라고 지시했죠. 하지만 이걸 짊어지고 요동성에서 평양성까지 수백킬로미터를 걸어가야하는 병사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군량을 몰래 땅에 묻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군량을 버리면 사형에 처한다고까지 엄포를 내렸지만, 30만명에 달하는 병사들을 일일이 다 수색할 수도 없는 일이었죠. 결국 수나라군은 고구려군과 제대로 싸우기도 전에 군량이 떨어져 퇴각해야했고, 반격에 나선 고구려군은 대부분의 적군을 궤멸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역사(History)2 : 로직의 어원이 된 '병참(Logistics)'

[이미지출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홈페이지]

이처럼 아무리 강군이라도 보급에 실패하면 참패를 면키 어려웠기 때문에 고대부터 군량과 무기, 병력을 수송하는 '병참(兵站·Logistics)'은 매우 중요한 학문으로 떠오릅니다. 오늘날 물류라는 단어도 똑같이 이 'Logistics'를 쓰고 있죠. 원래 이 말은 현재 수학이나 컴퓨터 공학에서 논리를 뜻하는 로직(Logic)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는데요.

영어 단어의 어원을 알려주는 온라인 어원사전(Online Etymology Dictionary)에서 Logic은 원래 고대 그리스어 'logistikos'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원래 뜻은 계산을 잘하고 셈을 잘하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고대사회에서는 1만 이상 단위로 계산을 해야하는 분야는 군대의 병력 징집과 군량 수송 분야가 유일했기 때문에 이 병참의 의미에서 논리와 물류라는 뜻도 모두 파생됐다는 것이죠.

무타구치 렌야 중장의 모습.

이 병참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장군들은 모두 참패를 면치 못했습니다. 특히 이를 망각했던 장군들은 역사 속의 졸장으로 악명을 떨치곤 했는데요. 2차대전 때인 1944년 당시 일본군 15군 사령관으로 이른바 '임팔작전'을 무리하게 감행해 패전을 몰고 온 무타구치 렌야(牟田口 廉也) 중장이 그런 인물 중 한명입니다.

1944년 3월, 무타구치 중장은 당시 자신의 휘하에서 미얀마 일대에 주둔 중인 15군, 약 8만5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영국령 인도를 무리하게 공격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병참문제를 지적하는 참모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무작정 공격을 감행하는데요. 정글지대인 벵골만 일대로 진격하면서 발생할 보급 문제에 대해 그는 적의 것을 탈취해 진격하는, 13세기 몽골군의 '징기스칸' 작전을 취하자고 주장합니다.

그의 주장은 철도나 도로망이 미비한 밀림지대를 통과하기 위해 탄약을 소와 말 등 동물에 짊어지게 해서 진격하고, 탄약을 모두 옮기고 나면 해당 가축을 잡아먹으면서 전쟁을 이어나가면 된다고 주장했는데요. 이 가축에게 먹일 2만톤(t)에 달하는 건초를 옮기는 문제부터 당장 병사들에게 먹일 군량을 어떻게 옮길지는 전혀 생각지 않았죠.

참모들이 밀림지대에서 비행기로 군량을 투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제안을 했지만 이것도 묵살해버립니다. 밀림에서 비행기가 필요없다는 논리였죠. 하지만 적군인 영국군은 이 방식으로 군량보급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습니다. 결국 그가 이끌던 8만5000여 병사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5만명 이상이 굶주림으로 사망하며 작전은 대 참패로 끝나고 말았죠.

◆시사점(Implication) : "군대는 배가 불러야 움직인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결국 철도와 도로 등 보급망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 얼마나 큰 실패로 돌아오는지 현재 우크라이나 전선이나 과거의 전쟁사나 모두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다음 달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춘계 대공세(Spring Offensive)' 성패의 관건도 보급 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해 9월 새로 징집한 30만명에 달하는 예비역 병력 중 약 15만명을 3월 중에 전선에 새로 배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서방의 대러제재가 장기화되면서 제재 이전에도 보급 유지에 실패한 러시아군이 이번에는 보급 유지에 성공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러시아 언론에서 각 훈련부대의 형편없는 보급 상황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면서 러시아 내부에서도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이후 수개월간 대규모 전투없이 전력을 비축해온 러시아군이 보급 문제를 어느정도는 해결했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서방의 지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우크라이나군도 앞으로 보급 유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로인해 양측 모두 결전을 벌이지 못하면 전선은 완전히 교착되고 전쟁은 장기화 돼 민간인 피해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남긴 말대로 예나 지금이나 군대는 배가 불러야 움직일 수 있는 것이죠.

국제2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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