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서만 젊은의사 4명 퇴사'…국립중앙의료원도 위기

혈관 조영 시술 의사 1명, 소아 전문 의사無
필수중증의료 여력 없어…"축소 재검토해야"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가 지난달 30일 국회 앞에서 정부의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규모 축소를 비판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전문의협의회]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올해만 벌써 4명의 젊은 의사들이 퇴사했습니다. 이대로라면 국립중앙의료원은 새로운 병원을 짓기도 전에 망하고 말 것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이 대거 축소된 가운데 의료원 전문의들로 구성된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가 23일 현재 의료원의 열악한 상황을 전하며 정부에 사업 계획 축소 재검토, 전문의 확보 및 유지를 위한 노력에 나서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전문의협의회가 이날 전한 국립중앙의료원의 현실은 공공의료 책임 기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열악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필수의료 붕괴는 이미 현실화했다. 급성 위장관 출혈 등 응급 색전술이 필요한 환자를 1명의 혈관 조영 시술 의사가 365일 24시간 응급진료 하고 있어 이 의사가 아프거나 휴가 중이면 국립중앙의료원은 응급 색전술 필요 환자를 받을 수조차 없다.

신생아 전문 의사 및 신생아 중환자자실이 없어 32주 조산모와 미숙아의 입원도 불가능하고, 소아 전문 외과의사의 부재로 맹장 수술 등 소아 외과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마찬가지다. 열성 경련 치료를 위한 소아신경과, 가와사키병 등 심장질환 치료를 위한 소아심장의사, 신생아 뇌초음파 시행을 위한 소아영상의사 등 소아 전문 의사가 없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이면서도 중증 코로나19 폐렴 치료를 위한 폐이식이 불가능하고, 급성뇌경색 시술 관련 의료팀도 없다. 생명과 직결된 응급·중증환자를 돌볼 여력이 없는 셈이다. 공공의료기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정신질환자 입원도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협의회는 전했다.

필수중증의료 환자를 받을 수 없는 국립중앙의료원 의사들은 지금도 계속 그만두고 있다. 협의회는 "지난 5년간 진료 전문의의 거의 절반이 퇴사했다"며 "퇴사 의사는 증가 추세이고 올해도 벌써 4명의 젊은 의사들이 국립중앙의료원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퇴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금도 매일 사직을 고민하는 의사들이 희망을 가지고 일하고 싶어 하는 국가 병원을 만들지 못한다면 국립중앙의료원은 새로운 병원을 짓기도 전에 망하고 말 것"이라고 호소했다.

협의회는 그러면서 "신축·이전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은 인적, 물적 인프라 부족으로 치료 못하는 필수중증의료 환자가 더 이상 없도록 본원 800병상 이상의 상급종합병원이 되도록 규모가 결정돼야 한다"며 "우리는 축소된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 계획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지금 당장 전문의 확보 및 유지를 위한 정부의 책임감 있는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헬스부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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