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사 보수한도 절반 삭감…임원도 허리띠 졸라매기

등기이사 보수 총액 한도 150억→80억
경기 둔화에 성과급 축소 등 비용 감축

[아시아경제 최유리 기자] 네이버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이사들의 보수 한도를 대폭 줄인다. 등기이사 보수 한도액을 삭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는 오는 3월 2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15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줄이는 안건을 상정한다. 상법상 정관에서 이사의 보수 금액을 정하지 않았을 경우 주총에서 이를 의결해야 한다. 이에 상장사들은 매년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승인받고 있다.

네이버가 보수 한도를 줄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 상장 당시 10억원으로 시작해 꾸준히 올렸다. ▲2003년 20억원 ▲2004년 30억원 ▲2005년 50억원 ▲2006년 100억원 ▲2007년 150억원으로 인상한 후 이를 유지해왔다.

실제 지급 총액이 100억원을 넘어선 적은 없다. 그러나 새로 적용될 보수 한도를 넘어선 사례는 종종 있었다. CEO가 퇴임해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인센티브가 늘어난 경우 100억원 가까이 지급하기도 했다.

보수 한도를 깎는 것은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 8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올해도 경기 둔화로 주요 수익원인 광고 매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비용 감축에 집중했던 이유다.

올해 성과급을 줄인 것도 그 일환이다. 조직과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임직원 성과급을 전년 대비 20% 이상 삭감했다. 경영진과 중간 관리자급인 책임리더들도 마찬가지다. 부진한 주가 영향으로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경영진이 지난해 받은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RSU)은 ‘0원’이었다. RSU는 일정 목표를 달성하면 회사 주식을 무상 지급하는 제도로 주식 액면가 그대로 보상액이 된다. 책임리더 지급분은 50% 줄였고 현금 보상도 일괄 차감했다.

최 대표는 최근 임직원 소통 행사인 '컴패니언 데이'에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직면했고 네이버도 당분간 어려운 상황을 뚫고 나가야 한다"며 "시장 기대를 맞추기 위해 효율적인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최대주주(8.29%)인 국민연금이 이사 보수 한도에 반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총에서 보수 한도 150억원 확정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회사 규모나 경영 성과를 감안할 때 과도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네이버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해 적극적인 주주 행동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보수 한도와 실지급액은 차이가 있다"며 "이를 감안해 보수 한도를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업IT부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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