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지기자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 포스터/사진=JTBC 제공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본 50대 은행원 A씨의 말이다. 고졸 출신 사원인 지금의 아내와 같은 지점에 근무하며 연애했다는 A씨는 드라마 설정이 과거 자신의 상황과 유사해 “‘작가가 나를 아는 사람인가’ 의심이 들 정도”라며 놀랐다.
은행원들의 사내 연애를 다룬 드라마 ‘사랑의 이해’가 남녀노소 은행권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업계에서만 알 법한 용어를 사용함은 물론 은행원들의 현실을 디테일하게 묘사해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게 ‘시재’에 관한 에피소드다. 은행에서는 매일 영업을 마친 뒤 시재 마감을 해야 한다. 하루 동안 들어오고 나간 돈과 현재 지점에서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비교하는 작업으로, 액수가 딱 맞아떨어져야 퇴근을 할 수 있다. 주인공 상수(유연석 분)는 자신이 좋아하는 수영(문가영 분)과의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자신의 사비로 시재 부족분을 메꾼다. A씨는 “데이트나 급한 일이 있을 때는 간혹 자기 돈을 쓰는 직원이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이는 은행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행위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착오 금액이 발생하더라도 전산에 그대로 등록해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드라마적 허용’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금고 데이트’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일화 중 하나다. 이 은행권 관계자는 “업무 중에 금고에 갈 일은 잘 없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몰래 금고에서 만난다거나, 늦은 시간까지 금고에서 시재를 맞추다가 가까워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업계 용어나 관행도 드라마 곳곳에 녹아 있다. 다른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해 지점 문을 여는 ‘키당’(키 당번), 연말마다 고객들에게 나눠줄 달력 수백 장을 마는 일 등이다. 고졸 텔러(은행 창구 직원) 직군과 청원 경찰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도 과거에는 매우 흔한 일이었다. 은행원 B씨는 “은행 외부에서는 잘 모르는 일인데 관찰을 정말 잘한 것 같다”고 전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도 적지 않다. A씨는 “드라마 속에서는 은행원들이 쉬는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처럼 나오지만 현실은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할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귀띔했다. 고객에게 잘못 전달된 카드를 회수하기 위해 제주도에까지 직원 두 명을 출장 보내는 일도 극 중 러브라인을 위한 장치일 뿐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