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수영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첫 시간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쭈뼛거리면서 대기하던 시간, 물에 들어가기 전에 다 함께 준비운동을 할 때의 어색한 기운, 발끝에 물이 처음 닿을 때의 소름 끼치던 감촉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서 수영을 배우는 거였습니다. 선생님은 자세하게 알려 주셨지만 제 몸이 가르침을 거부하더군요.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 수영 교본을 샀습니다. 사진도 있었지만 활자로 수영을 알려 주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네, 저는 수영을 글로 배웠습니다. 수영 수업을 받으러 가기 전에는 언제나 책으로 예습을 했습니다. 도움이 됐냐고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선생님이 알려 주시기 전에 활자로 수영을 공부한다는 사실만으로 안심이 됐습니다.
삶에서 많은 부분을 활자에 의지합니다. 요즘 세대는 궁금한 게 생기면 곧바로 유튜브에 검색을 한다는데, 저는 서점으로 달려갔습니다. 서점에 가면 모든 지식이 다 있었습니다. 활자는 지식이자 도구이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아줄이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부분을 활자에 의지합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은 날이 있을까요? 아마 없을 겁니다. 집과 작업실에는 수천 권의 책이 나를 둘러싸고 있고, 저는 그 안에서 살아갑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펼치고,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씁니다. 메모 형태의 글을 쓸 때도 있고 소설을 쓸 때도 있습니다. 글쓰기에도 하나의 원칙이 있습니다. '쓰고 싶을 때 자리에 앉는다'입니다. 쓰고 싶지 않은데도 마감 때문에 억지로 자리에 앉으면, 결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그럴 때는 산책을 하거나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잠깐 눈을 붙입니다. 그러다 보면 최소한 하루에 몇 번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앉아서 작업을 시작합니다.
-김중혁 외 6인, <작가의 루틴: 소설 쓰는 하루>, &(앤드),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