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어지는 MB…與 당권주자 예방에 '중동특사'까지

대통령실·與 MB 정치적 역할 기대감
野 "상대국 모욕이자 국민 모욕" 비판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여권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여당 주요 인사들의 이 전 대통령 사저 방문이 잦아지는 것은 물론, 국익 차원의 중동 특사 역할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이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아랍에미리트(UAE) 300억달러(약 37조원) 투자 유치 등 순방 외교 성과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중동 외교와 관련한 이 전 대통령의 관심과 역할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UAE와 인연이 깊다. 재임 중이던 2009년 UAE에 21조원 규모의 바라카 원전을 수출한 바 있다. 이는 한국 역사상 최초의 수출 원전이다. 이 전 대통령은 원전 수출을 계기로 양국의 협력 관계를 한층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 도착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여권 내부에선 이번 윤 대통령의 300억 달러 투자 유지 등 경제 성과도 과거부터 다져진 양국의 우호 관계가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역할론 관련 "국익을 위해서 MB가 가는 게 맞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여당 인사들이 이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를 방문했다는 소식도 자주 들려온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당권 주자들은 앞다퉈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친윤계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지난 1일 신년을 맞아 일찍이 이 전 대통령을 만났다.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도 20일 이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고, 윤상현 의원도 오늘(31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을 만나 전당대회 관련 조언을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면됐다고는 하지만 중대한 부패 혐의로 수감된 이력이 있는 이 전 대통령의 역할론을 언급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국회 최고위원 회의에서 "특사는 나라의 얼굴이다. (이 전 대통령을) 특사로 거론하는 것은 국민 무시일 뿐만 아니라 상대국에 대한 모욕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도 '이 전 대통령의 건강 회복이 먼저'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권에서 특사 등 이 전 대통령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주자들의 사저 방문은 이 전 대통령이 여전히 보수 지지층에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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