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혹한기…메모리 가격, 올 상반기 두자릿수 하락

수요 급감에 D램,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지속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시장의 '혹한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업계는 감산 경쟁에 나서는 등 치열한 생존 경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예측을 인용해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올해 1분기 평균 가격이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가격은 올해 1분기 20%, 2분기 11%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도 같은 기간 각각 10%, 3% 떨어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는 각각 23%, 28% 하락했는데, 이 같은 가격 약세가 올해 상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스마트폰, PC, 서버 등 전자제품에 폭넓게 쓰여 반도체 경기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반도체 가격 하락은 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세계 경기가 빠른 속도로 얼어붙은 영향이 컸다. 블룸버그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현재 3~4개월치 공급량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라며 업계가 전례 없는 불황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에이브릴 우 트렌드포스 수석 부사장은 "인플레이션, 고금리, 취약한 경제로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되는 스마트폰, PC, 데이터 서버 등에 대한 기업·개인의 수요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반도체 불황 여파를 줄이기 위해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반도체 업계는 이미 감산 계획을 이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에 재고가 쌓이자, 와신상담의 자세로 반도체 생산과 투자를 모두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를 20% 이상 감산하고, 올해 설비투자를 3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전체 인력의 10%를 감원하는 극약처방까지 내놨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실적 발표 후 감산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6% 급감한 2700억원으로 집계됐다. 겨우 적자를 면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경기 침체 시에도 투자를 지속해 회복기에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써 왔지만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D램은 여전히 대규모 감산이 필요하지만, 낸드플래시 같은 경우 업계가 발 빠르게 공급 축소에 들어가면서 올해 하반기 다시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다. 데이비드 쯔이 스탠더드앤푸어스(S&P)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스마트폰 등 소비자 수요가 회복될 경우 연말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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