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은기자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해법을 찾기 위해 논의했지만 핵심 쟁점인 전범 기업(미쓰비시·일본제철)의 자발적 배상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국장급뿐만 아니라 고위급 협의를 추진하는 한편 강제징용 피해자와 그 유족들을 직접 찾아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30일 외교부 청사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오후 2시30분부터 약 3시간 협의했다. 당초 예정했던 2시간보다 1시간 이상 길어진 것이다.
양국은 전범 기업의 배상금 참여 여부에서 입장차가 뚜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두 기업의 기부 참여’를 “가장 핵심되는 사안”이라고 언급하며 “인식 차이가 있어 추가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의 사과 방식으로 원고 측이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직접 사죄’와,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가 포함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는 두 가지 방식을 토대로 어떤 것이 좋은지는 긴밀히 협의 중이다.
일본 측이 주장하는 ‘구상권 포기’와 관련해선 “구상권 외 다양한 법리적 이슈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며 “역사적 측면에서 사과와 호응이 최대 관심사인데, 우리 입장을 계속 개진하고 일본 측 의견을 듣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협의에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완화에 대해 논의되지는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제징용이라는 근본적인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이 도출되면 (수출규제도) 자연스럽게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국은 고위급과 실무진을 포함해 다양한 층위에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추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외교부는 유족과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설득도 이어나가기로 했다. 2018년 우리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15명) 중 현재 생존해 있는 3명과 그 유족 등과도 직접 만나 그동안의 한일 간 협의 결과 등을 설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 외교부는 지난 12일 공개토론회에서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을 대신해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되, 그 재원을 민간의 기부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 측에선 일본 기업들의 피해 배상 참여와 일본 측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